장인진 교수(서울대 의대 약리학,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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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다국적 담배사 돈 받아 ‘흡연연구’
한겨레 등록 : 2007.07.04 19:06 수정 : 2007.07.0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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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등 3곳 임상시험…“연구윤리 어긋나” 비판
미국 주요대학은 자금지원 금지…병원쪽 “문제없다”
서울대를 포함한 국내 대학병원 3곳이 다국적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의 용역을 받아 흡연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서울대와 전남대, 가톨릭대병원 임상시험센터는 필립모리스의 임상시험 대행회사인 ㅅ사를 통해 ‘담배의 유해성 평가를 위한 임상
시험’을 의뢰받아 최근 연구에 들어갔다. 전국에서 54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는 이번 연구는 ‘아시아 성인 흡연자 및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담배연기 노출의 잠재적 위해 수준을 평가한다’는 내용으로, 국내 연구비만 10억원에 이른다. ㅅ사는
“일본에서도 540명을 대상으로 같은 연구를 벌이고 있는데 대학병원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립 대학병원까지 나서서 다국적 담배회사가 맡긴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버드·컬럼비아대 등 미국 주요대학들은 아예 담배회사로부터 연구 지원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동안 독일·미국·스위스
등에서 담배회사의 자금을 받아 진행된 연구들이 담배회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결과를 내놓았다는 의혹을 사왔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들은 지난해 10월 “담배회사의 연구비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담배회사의 연구비 수령을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국내 대학병원 3곳의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는 지난달 이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애초 연구에 참여하기로
했던 경북대병원은 지난달 5일 연구윤리심의위가 담배회사가 의뢰한 연구라는 이유로 재심결정을 내렸다.
김일순 연세대 명예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는 “담배와 관련된 연구는 세계적으로 이미 100만건이 넘게 나와 있다”며
“다국적 담배회사가 거액을 주고 학문적으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흡연에 관한 연구를 맡긴 것은 연구성과 이외의 목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의과대학 교수는 “담배회사의 돈을 받아 흡연 관련 연구를 하는 것은
건설회사 돈을 받아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 대학병원의
연구윤리심의위가 이번 연구를 승인했다면 심의위의 심사기준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장인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필립모리스가 덜 해로운 담배를 만드는 데 자료로 쓰일 것이고
서양에서 이미 2천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끝냈다”며 “한국에 해로울 게 없고 관심없는 연구도 아닌데 서울대병원이 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구 심의를 맡은 김옥주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임상연구심의위 총무간사)는 “심의위는 임상연구 과정에서
실험자와 피실험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연구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 담배상표인 말보로 등을 판매하는 필립모리스는 “이번 연구는 흡연의 중독성과 질병 유발에 이의를 제기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위험성이 감소된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한 목적”이라며 “연구 결과는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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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의 두 얼굴, 간접흡연 위해성 은폐의혹
세계일보 입력 2005.03.08 05:26‘담배 제조사의 두 얼굴, 어느 쪽이 진실인가?’ 미국의 대표적 담배 제조사 필립모리스가 담배 유해성에 대한 연구 내용을 왜곡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한 연구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가 된 연구는 미국 담배회사들이 “담배 유해성에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의한 1998년 이후 발생한 것이어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연구자는 회사와 연구 결과 수위를 사전 조율한 것으로 확인돼 ‘연구자 윤리’도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담배통제연구센터 스탠톤 글랜츠 센터장은 7일(현지시각) “필립모리스의 지원을 받아 2001년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소아역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이 유아돌연사와 간접흡연과의 관계를 입증한 주요 연구들을 폄하했다”며 “이 연구 내용은 이후 다른 논문에서 19번 이상 인용되며 환자들을 간접흡연 위험에 노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소아학회지 3월호에 ‘이슈’로 다뤄진다.
◆필립모리스 연구 과정에 개입=글랜츠 센터장에 따르면 이 논문은 필립모리스가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간접흡연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젝트 일부였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을 ‘회사 비밀문서’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했다.
논문은 92년 미국 환경보호소와 97년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소에서 각각 발표된 연구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이 두 논문은 모두 간접흡연에 의해 유아돌연사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필립모리스의 지원을 받은 연구에서는 이들 위험성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less well established)’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에 글랜츠 센터장은 “간접흡연은 유아돌연사의 명백한 원인임에 틀림없다”며 “임상학자들은 간접흡연에 대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필립모리스가 연구 과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애초 연구자는 초안에서 ‘간접흡연이 유아돌연사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밝혔으나, 필립모리스 측의 제의로 결론은 180도 바뀌었다는 것. 이 연구에는 5000달러에서 1만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담배는 해롭다’는 상식의 이중성=담배가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 상식은 그러나 이중적이다. 흡연자에게, 특히 담배 제조사에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알지만, 한편으론 아무도 모르는 듯하다. 사람들은 담배를 꾸준히 사고 피운다.
동시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담배의 폐해는 속속 드러나 잠자던 ‘상식’이 점차 눈을 떴다. 50년간 과학적 진실을 은폐한 미국 담배회사들의 행태가 94년 세상에 처음 알려지면서 ‘금연운동’이 본격화한 것. 담배회사들은 결국 98년 ‘항복’을 선언했다. 이들은 46개 주 정부에 2060억달러를 보상할 것에 합의하는 한편 향후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어떤 문제 제기도 하지 않을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논문 조작’ 사건이 새롭게 밝혀져 담배 제조사의 이중적 태도가 계속됐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글랜츠 센터장은 “필립모리스 웹사이트에는 ‘간접흡연이 유아돌연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경고문이 있다”며 “그럼에도 필립모리스는 소비자 뒤에서 이 경고문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시도를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 담배회사에 등 돌려야=담배회사 지원금으로 이뤄진 연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라그나르 릴란데르 교수는 필립모리스 자금지원을 받은 연구에서 간접흡연 위험성이 다소 과장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제네바 소재 금연운동 단체들이 명예훼손으로 릴란데르 교수를 고발, 문제가 커졌다. 당시 제네바대학은 담배회사의 학술연구지원기금을 받지 않기로 결의했고, 릴란데르 교수는 유럽연합에서 건강・환경 분야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위원 자격을 박탈당한다.
한국 금연운동협의회가 98년 공개된 필립모리스 내부문서를 살핀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필립모리스 지원으로 연구활동을 해 온 연구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확인된 3명의 연구자는 실내 공기 오염 전공 교수들로 80년대 간접흡연에 대한 위험이 높아지자 학회 등에서 ‘라돈’ 등 다른 위해 요소를 강조, 담배에 쏠리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연운동협의회 김일순 회장(전 연세대 의대교수)은 “2001년에도 필립모리스는 우리나라 한 과학자를 연구 자문위원으로 포섭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며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고 그 회사에 유리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과학자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우한울 기자 erasm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