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논면적 정확히 5747km²… 쌀수확량-일조량도 측정 가능
동아일보 기사입력 2013-03-01 03:00:00 기사수정 2013-03-01 03:00:00
http://news.donga.com/3/all/20130301/53387921/1
농진청, 獨 라피드아이 위성의 북한 영상 291장 분석해 보니
9840km² 대 5747km².
2010년 기준 우리나라와 북한의 논 면적이다. 북한 전체 논 면적은 남한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이 중 66%는 황해남도와 평안남북도 등 서부지역에 밀집해 있다. 2009년 이후 북한의 논 면적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바로 ‘우주에 떠 있는 눈’ 인공위성 덕분이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위성이 쓰이는데, 특히 농업 분야에서 위성 활용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 북한 농업 정보 ‘손바닥 보듯’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토양비료과는 최근 독일의 라피드아이 위성이 촬영한 북한 영상 291장을 분석해 북한 전체의 논 면적과 위치를 파악했다. 아리랑 2호가 촬영한 북한 전역 정보도 활용됐다. 이를 통해 얻은 자료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추정한 북한 전체의 논 면적(5710km²)과도 거의 차이가 없었다.
위성영상을 통해 본 논은 5월 하순∼6월 중순에는 물이 있어 어둡게 나타나고, 7∼8월에 푸르게 변하며, 추수가 끝난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회색빛을 띤다. 홍석영 농진청 연구관은 “북한처럼 접근이 힘들고 농업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지역도 위성영상을 판독하면 농경지 면적을 쉽게 산출할 수 있다”며 “면적은 물론이고 논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된 만큼 북한의 농경지 이용 변화와 쌀 생산량 추정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성영상과 기상정보를 활용한 쌀 생산량 추정 모형은 국내에서도 이미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농진청은 기상정보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모디스 위성영상을 활용해 2000∼2012년 우리나라 쌀 수확량을 추정한 바 있다. 모디스 위성은 한반도를 매일 한 번씩 촬영하며 작물 생육에 대한 식생지수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벼가 성숙하는 8월 말∼9월 말 일조량을 넣으면 쌀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 모형을 이용해 추정한 지난해 쌀 수확량은 단위 면적(1000m²)당 482kg으로, 통계청이 최종 발표한 473kg과 큰 차이가 없다. 2010년과 2011년 쌀 수량 예측도 통계청 자료와 10kg 내외의 차이를 보였을 뿐이다. 이처럼 위성영상을 활용하면 실측하는 것보다 인력과 시간,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카메라로 촬영한 지구는 바다와 강, 건물 등 지형지물에서 반사된 빛뿐만 아니라 식물의 잎이 반사한 빛 정보까지 들어 있다. 이를 파장별로 분석하면 엽록소나 수분의 함량, 잎이 무성한 정도까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시광선 영역에서 파란 빛과 빨간 빛이 적게 보이면 광합성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광합성이 이뤄지는 엽록소가 두 빛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또 근적외선 영역에서는 세포 수준에서 잎 구조를, 중간 적외선 영역에서는 수분 함량에 따른 반사율을 볼 수 있다.
○ 위성영상 전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
홍 연구관은 “위성영상을 분석하면 작물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품질 관측도 가능하다”며 “주기적으로 촬영해 생육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쌀 이외에 다른 작물의 생산량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예측된 생산량은 작물수급 조절이나 가격예측, 농업정책 수립 등에 활용한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곡물회사들은 위성자료로 곡물생산량을 예측하고, 이를 근거로 곡물을 미리 사고파는 선물(先物)시장 투자까지 결정한다. 결국 위성영상 속 농업정보가 전 세계 곡물가격은 물론이고 경제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덕배 농진청 토양비료과장은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낮아 해외에서 곡물을 사들여야 하는 형편”이라며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보면서 식량자주율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농업전용 인공위성이 없는 상태다. 홍 연구관은 “북한 논의 분포와 면적을 알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북한 전역을 촬영해야 해 해외 위성영상을 쓸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농업전용 위성을 따로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3월부터 제공되는 아리랑 3호의 고해상도 영상을 분석하면 유익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