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아까운 책]우리가 먹는 고기, 정말 괜찮은 걸까?
2013 03/19ㅣ주간경향 1017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303111817211
아쉬운 책을 말하는 것은 언제나 아쉬운 일이다. 이 코너에서 언급될 일 없이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모든 편집자는 책의 미래를 밝게 희망한다. 날개 돋친 듯 팔려가는 판매량, 언론과 비평계의 대호평, 사회적 파급력, 독자들의 감동과 각성…. 출간 전에는 항상 이런 것들을 꿈꾸지만, 꿈이라는 것들이 다 그렇듯 잘 이뤄지지는 않고 부족함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실, 언제나 조금씩은 아쉽다. 나만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아쉽다. 제목이 내용의 핵심이므로 내용을 길게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공장식 축산업과 가축복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먹거리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채식이나 동물보호의 영역까진 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인간’을 중심에 놓고, 인간에게 바람직한 축산은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다. 조금 익숙한 이야기 아니냐고? 사실 그렇다. 광우병 사태가 터지고 각종 음식물 사고가 발생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이런 관심은 동물복지, 채식, 환경보호 등의 이슈와도 뒤섞여 뜨거운 쟁점을 형성하고 있다. 비슷한 영역의 책도 많다.
그럼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확실히 자랑할 수 있는 건 이 책은 다른 나라 어느 곳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개마고원의 대체적인 출판 경향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책들을 내는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사회의 일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천착하고자 한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도 그런 고민에서였다. 우리가 먹는 고기,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가축 사육에 문제가 많다는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현실적일까? 이제 외국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축산업과 고기 문제를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지은이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꾸준히 가축과 관련된 이슈에서 활동해온 박상표 수의사를 모셨다. 아마 축산업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그 이상의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딱 맞는 저자를 만나 출간 제안을 하고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원고를 완성시켰다. 그래서 한국인이 1년에 닭을 몇 마리나 먹어치우는지, 가축의 분뇨가 연간 얼마나 발생하는지, 한국의 가축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등 구체적인 현실 사례들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오직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축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서 이 주제에 자주 따라붙는 이념적·윤리적 주장에서 벗어나 있어, 고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채식만이 바람직한 삶’이라든지 ‘동물 착취 근절’은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가축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학대하는 축산업이 인간에게 어떤 점에서 해로운지를 밝힘으로써 더 나은 식품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저자와 출판사의 출판 의도였다. 나름 한국의 현재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적어도 그분들에게는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한 뼘이라도 늘었다면 편집자로선 뿌듯한 일이다. 이 뿌듯함이 앞으로는 더 커졌으면 좋겠다. 참, 이 책의 제목은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이다. <가축이 건강해야 인간이 행복하다>라고 헷갈리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제대로 기억해주시길!‘내가 만든 아까운 책’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꾸미는 지면입니다. 공들여 만들었지만 주목받지 못한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김희중 <개마고원 팀장>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지음 | 개마고원 | 1만4000원
그럼 이 책은 다른 책들과는 어떤 점에서 다를까? 확실히 자랑할 수 있는 건 이 책은 다른 나라 어느 곳의 이야기가 아닌 한국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개마고원의 대체적인 출판 경향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책들을 내는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사회의 일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천착하고자 한다.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것도 그런 고민에서였다. 우리가 먹는 고기,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 가축 사육에 문제가 많다는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현실적일까? 이제 외국 사례가 아니라 우리나라 농축산업과 고기 문제를 이야기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의 지은이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 때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꾸준히 가축과 관련된 이슈에서 활동해온 박상표 수의사를 모셨다. 아마 축산업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그 이상의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딱 맞는 저자를 만나 출간 제안을 하고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원고를 완성시켰다. 그래서 한국인이 1년에 닭을 몇 마리나 먹어치우는지, 가축의 분뇨가 연간 얼마나 발생하는지, 한국의 가축들은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는지 등 구체적인 현실 사례들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오직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축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서 이 주제에 자주 따라붙는 이념적·윤리적 주장에서 벗어나 있어, 고기를 좋아하는 이들도 불편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채식만이 바람직한 삶’이라든지 ‘동물 착취 근절’은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가축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고 학대하는 축산업이 인간에게 어떤 점에서 해로운지를 밝힘으로써 더 나은 식품 생산과 소비 시스템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저자와 출판사의 출판 의도였다. 나름 한국의 현재에서 의미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이 크다.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적어도 그분들에게는 우리의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한 뼘이라도 늘었다면 편집자로선 뿌듯한 일이다. 이 뿌듯함이 앞으로는 더 커졌으면 좋겠다. 참, 이 책의 제목은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이다. <가축이 건강해야 인간이 행복하다>라고 헷갈리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제대로 기억해주시길!‘내가 만든 아까운 책’은 출판사 편집자들이 꾸미는 지면입니다. 공들여 만들었지만 주목받지 못한 좋은 책을 소개합니다.
김희중 <개마고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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