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재건 기업만 배불려
경향신문 입력 : 2013-03-19 22:15:31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192215315&code=970201
ㆍ딕 체니 전 부통령 관련기업, 395억달러로 수익 1위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 조지 W 부시 정권의 딕 체니 부통령(사진)이 회장으로 재임했던 에너지기업 할리버튼의 자회사 KBR가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2003년 발발한 이라크전쟁에 경비, 군수, 재건축 등 목적으로 참여한 민간업체들이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돈은 1380억달러(약 153조원)에 달했다. KBR는 이 가운데 395억달러의 계약을 따냈으며, 쿠웨이트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이 신문 분석 결과 상위 10대 기업이 전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720억달러나 됐다. 신문은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름을 숨기기 때문에 수익 규모는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이라크전 당시 이전의 어떠한 전쟁보다 많은 민간기업에 업무를 맡겼다. 이들은 대사관 경비, 파워플랜트 건설부터 화장지 공급까지 도맡았다. 그러나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시계약위원회의 2011년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국방계약 체결 과정에서 낭비되거나 사기당한 금액이 600억달러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2011년 12월 이라크에서 철군했지만 업체 1만4000개와 경호병력 5500명은 아직 남아 있다. 미 국무부는 바그다드의 대사관 시설을 보호하는 데 5년간 30억달러를 쓰기로 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스테파니 사노크는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업체들이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돈을 쏟아붓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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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라크전에 쏟아부은 돈 기업 주머니에 들어갔다
조선일보 입력 : 2013.03.19 16:23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19/2013031901565.html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했던가. 이라크전 내내 미국이 쏟아부은 돈이 대부분이 민간업체들 주머니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라크전 10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은 군사비는 물론 이라크 재건에도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면서 “1380억달러(약 153조원)에 달하는 돈이 재건 비용의 목적으로 민간 기업에 흘러들어 갔다”고 보도했다.
◆ 민간업체 수주 물량 10년간 153조원
미 국방부에 납품한 민간 업체들은 다양했다. 건설업체는 물론, 물류·정유·사설 경호업체, 심지어 화장실용 휴지를 만드는 업체까지 포함됐다. 납품 조달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정황도 적지 않았다고 FT는 보도했다.
가장 많은 계약을 따낸 회사는 미국 자원개발업체 할리버튼의 건설·인프라 자회사인 KBR이었다. 모두 395억달러 규모를 수주했다. 할리버튼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부통령을 역임했던 딕 체니가 한때 대표로 있던 기업이다.
수주 규모 2위와 3위 업체는 쿠웨이트 업체인 어지러티 로지스틱스(72억달러)와 국영기업인 쿠웨이트석유공사(63억달러)였다.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수주 금액의 절반이 넘는 720억달러(약 80조원)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클레어 맥카스킬 상원의원은 “수주 업체 숫자로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이라며 “지난 10년간 미국 시민이 낸 수십, 수백억달러의 세금이 전쟁 수행이라는 목적 하에 온갖 서비스 비용으로 지출됐다”고 말했다.
민간 납품 업체들은 미군과 함께 대(對)테러전을 수행했다며 자신들의 입장을 변론했다. KBR 대변인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적대적인 공간에서 우리는 긍지와 희생정신을 갖고 일했다”고 말했다. KBR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음식과 250억갤런(약 950억리터)에 달하는 식수, 265톤의 얼음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전쟁 기간중 21억달러 규모의 석유를 공급한 석유 중개업체 인터내셔널오일트레이딩도 “요르단의 석유를 작전중인 미군에게 실어 날랐다”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물자를 공수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 감시·감독 소홀, 업체들 돈벌이 여전
하지만 FT는 “이들 기업에 대한 감시 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업체들은 회사 이름을 바꿔가며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겉으로만 민간 업체였을 뿐 사실상 국방부의 계열사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 설립된 미 정부 산하 전시계약 조사위원회가 2011년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간 동안 미 정부가 민간과 맺은 계약 중 600억달러는 낭비성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루에 1200만달러씩 버려진 셈이다.
민간 업체와의 계약이 오히려 미국의 전쟁 수행을 어렵게 한 사례도 있었다. 사설 경호업체 블랙워터는 2007년 이라크 민간인 17명을 살해해 전세계적인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 뒤에도 민간 업체들의 활동은 줄어들지 않았다. 2011년까지 5년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민간 경호업체에 들어간 돈만 30억달러에 달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스테파니 사눅 연구원은 “문제가 생긴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거나 현지에서 철수했다거나 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2011년 12월 미군은 이라크에서 전원 철군했지만 아직도 5500여명의 민간 경호원을 비롯, 1만4000여개에 달하는 업체들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사업을 감시하고 있는 스튜어트 보웬 변호사는 “이라크 정치 상황이 여전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회사들에게 기회가 계속 제공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