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논란> ①복지부, 포괄적 행정명령 검토
연합뉴스 2013/04/16 09: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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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지난15일 진주의료원 앞에서 폐업 철회 투쟁 수위를 높이려고 ‘진주의료원 지키기 대의원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보건의료노조 150개 전 지부에서 대의원이 모두 참여했다.(자료사진)
실효성 의심 제기에 고심
<※ 편집자주 = 경남도의회가 18일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어서 폐업 조치 논란에 휩싸인 진주 의료원 사태가 중대 분수령을 맞을 전망입니다. 연합뉴스는 `복지부, 포괄적 행정명령 검토', `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부상', `건강한 적자 인정이 관건' 등의 기획물을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오는 18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의 경남도의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남도는 폐업과 대화라는 강온 양면작전을 구사하며 진주의료원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여차하면 휴업에 이어 폐업을 강행할 태세다. 이에 맞서 진주의료원 노조는 상급단체인 보건의료산업노조와 보건의료시민단체 등과 손잡고 저지에 나서고 있지만, 힘에 겨운 형세다.
실제로 현재의 진주의료원 상황은 경남도에 유리한 형국이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계의 한 전문가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카드를 통해 `귀족 노조’에 맞서는 보수 전사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애쓰고 있다. 더욱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진주의료원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일거양득을 챙기는 모양새이다.
두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중재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의 독자적 자치행정에 개입할 여지가 좁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10일 경남도에서 폐원을 결정한 진주의료원을 방문, 보건의료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자료사진)
진 장관은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폐업 결정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잘 되도록 (홍 지사를) 설득하고 있다”면서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진 장관이 진료의료원 정상화 의지를 관철하기엔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점은 복지부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현행 의료법 59조는 두 가지 경우에 복지부 장관이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첫째는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때이고, 두 번째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을 때이다.
-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경남도에서 폐업을 결정한 진주의료원을 방문, 보건의료노조와 간담회를 열고 있다.(자료사진)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료법의 업무개시명령 조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실행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복지부 김기남 공공의료과장은 “진주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해 포괄적 형태의 행정지도 명령을 (경남도에) 내려 보내 업무를 재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런 복지부의 의도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경남도에서는 복지부가 진주의료원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더라도 거부하겠으며,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지면 복지부와 기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경남도의회가 오는 18일 본회의를 열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 지금까지 복지부의 노력은 모두 수포가 된다. 업무개시명령 대상 기관이 최종적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복지부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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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3/04/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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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논란> ②정치권 ‘뜨거운 감자’로 부상
-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판과 대안을 위한 건강정책학회’ 주최로 열린 ‘진주의료원 사태로 본 공공병원의 현황과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경남지역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재정문제와 중앙정부의 책임에 대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현안에 머물던 사안은 공공의료정책 문제와 맞물리면서 불과 두 달 만에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경남도는 지난 2월26일 진주의료원의 적자규모가 300억에 달하며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진주의료원 노동조합과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공공의료기관에 흑자를 내야 한다는 경제원리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폐업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경남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진주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권을 박탈하고 휴업예고기간을 발표하며 폐업 준비에 돌입했다.
-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와 관련해 정부와 새누리당의 해결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자료사진)
진주의료원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중앙정부도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과 26일 경남도에 공문을 보내 “폐업 결정에 앞서 제반 문제에 관해 의료원과 직원, 도민의 의견을 모아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정상화 방안이 없는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지난 10일 진주의료원과 경남도를 차례로 방문해 해법 마련을 시도했다.
중앙 정치권도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효과는 내지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5일 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과 진 영 복지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협의를 열었고, 경남지역 의원들과 홍지사도 별도 당정협의도 가졌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 홍준표 경남지사와 새누리당 경남도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해법을 모색하기위해 국회에서 열린 ‘경상남도-새누리당 경남도당 당정협의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급기야 경남도는 지난 3일 진주의료원의 모든 진료행위를 중단하는 휴업조치를 강행했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12일 오후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임위에서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경남도의회 야당 모임인 민주개혁연대 소속 의원들은 조례 개정을 무산시키기 위해 11일부터 도의회 본회의장 점거에 들어갔고, 전국보건의료노조도 본회의까지 ‘결사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폐업조례안 강행처리 사태의 원인제공자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지목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과의 오찬에서 진주 의료원 사태에 관해 “경남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해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문제에 대해 국민이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 도민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진주 의료원 폐업사태에 대한 첫 언급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관련 당사자들은 각기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는 등 분분한 해석이 쏟아졌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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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13/04/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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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논란> ③’건강한 적자’ 인정이 관건(끝)
“경영평가 통해 차등지원”vs”적자는 당연…지원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진주의료원 폐업 여부에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한 적자 지방 공공의료원 존립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진주의료원의 상황은 대다수 공공의료원의 냉엄한 현실이다. 그뿐 아니라, 해법을 찾기 전에 국비건 지방비건 세금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공공의료 시스템의 역할과 철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정밀한 경영 평가를 통해 지원을 차등화 함으로써 지방 공공의료원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도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약계층 중심 양질의 적정진료’라는 공공의료원의 존재 이유가 분명한 만큼 ‘적자’나 ‘경영 효율성’에 상관없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지역거점 공공병원 운영평가’ 결과를 보면 2011년도 당기순손익을 기준으로 전국 34개 공공의료원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청주·충주·서산·포항·김천·울진·제주 등 단 7개뿐이다.
이들 병원의 흑자를 합산해도, 34개 전체 공공의료원의 한 해 적자 규모는 무려 655억5천만원에 달했다. 더구나 4개 적십자병원까지 포함해 모두 39개 공공병원의 운영평가 평균 점수는 67.4점이었다. 1년 전보다 오히려 2.3점 더 낮아졌다. 이 같은 지방 의료원의 총체적 경영 부실은 턱없이 낮은 입원환자당 수익(13만3천원), 수익대비 높은 인건비율(68.8%) 탓이라고 복지부는 분석했다.
따라서 보건당국이 지방 공공의료원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는 대책의 초점은 경영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이다. 이미 작년 말 운영평가 결과를 근거로 각 의료원과 지자체로부터 경영개선 계획을 받았다. 또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이행 상황을 점검해 이행 성적에 따라 시설·장비 구입 등에 필요한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를 차등 결정할 방침이다.
복지부의 관계자는 “지자체가 의료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설립한 의료원이지만, 중앙정부의 예산도 계속 들어가고 있는 만큼 차등 지원을 통해 효율성을 높여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한해 34개 공공의료원에는 국비(50%)와 지방비(50%)를 더해 약 50억 원씩 지원하고 있다. 현안으로 불거진 진주의료원의 경우 2005년 이후 중앙정부의 예산만 134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감염병 확산 등 대형 의료재난에 대응할 공공의료원의 ‘지역거점’ 역할을 인정한다면, 어느 정도의 경영 부실은 ‘건강한 적자’로 간주하고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을 늘리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진석 서울대 의대 교수는 “과잉진료, 비급여 진료가 만연한 현실에서 ‘양질의 적정진료’를 제공하는 공공병원 역할에 충실하다면 오히려 적극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나아가 “이런 성격의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와 지원은 전체 국가보건의료체계 측면에서 사회적 이득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정백근 경상대 의대 교수도 “지역주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역 공공의료원이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 빌린 시설·장비 확충 자금 부채는 중앙정부가 청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역별 국립대병원 등 해당 지역 다른 의료기관들과의 역할 분담과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원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문정주 국립중앙의료원 팀장은 “암, 뇌혈관질환, 정신건강, 재활 의료 등 정부의 질병관리사업이 대형 대학병원과 보건소만을 대상으로 시행되면서 지방 공공병원은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앙정부 내 공공병원 관리운영체계 일원화, 중앙 및 지방정부 내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공공보건의료지원단 설치, 주민참여형 공공병원 지배구조, 우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자기계발 등도 세부적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