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뺨치는 500조 사기극, 박근혜 노리나?
[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집착하는가 ②]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
프레시안 기사입력 2013-04-23 오전 11:21:59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423102649§ion=03
“우리의 숙원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또 무산됐습니다. 핵연료 재처리에 여전히 미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신 현행 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19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무산 소식을 전하는 문화방송(MBC) 권재홍 앵커의 멘트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언제부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우리의 숙원”이 되었을까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핵연료 재처리로 정말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소리 높여 반대하면서, 왜 핵폭탄 원료의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핵연료 재처리를 한국 정부는 “숙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일까요?
그 복잡한 사정을 일본 마쓰야마 대학 장정욱 교수가 이번 주 5회에 걸쳐서 파헤칩니다. 장 교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거짓말은 그만! 핵연료 재처리로는 절대로 핵발전소의 쓰레기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비용만 수백조 원이 든다! 또 핵연료 재처리는 잘못하면 동북아시아의 핵확산 도화선에 불을 댕기는 위험한 일이다!” <편집자>
● 첫 번째 글 : 한미 원자력 협정, 그 뒤에 숨은 검은 음모는? |
사용 후 핵연료 94~96퍼센트 재처리? 탁상공론이다!
전기 출력 100만 킬로와트 핵발전소(경수로)는 1년(12개월)에 약 20톤 정도의 우라늄(U) 연료를 소비한다. 현재 국내의 경수로(원자로)는 18개월마다 돌아오는 정기 검사 시에 핵연료의 3분의 1을 새 연료로 교환한다. 그러니 경수로 내에는 대략 핵연료가 60톤 정도가 들어 있는 셈이다.
핵분열을 제어하는 감속재를 물(輕水)을 쓰느냐 중수((重水)를 쓰느냐에 따라서 원자로는 경수로와 중수로로 나뉜다. 한국의 핵발전소는 월성 1~4호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수로이다. 핵연료 안에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물질로 중수로는 천연우라늄(U235(0.720퍼센트)+U238(99.275퍼센트)+U234(0.0055퍼센트)을 쓰는 반면에 경수로는 천연우라늄에서 우라늄235(U235)의 농도를 높인 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
- 고리 1호기(경수로)의 핵연료 : 3.8퍼센트의 우라늄235(U235)+96.2퍼센트의 우라늄238(U238) (나머지 경수로의 핵연료 : 4.5퍼센트의 우라늄(U235)+95.5퍼센트의 우라늄238(U238))
- 월성 1~4호기(중수로)의 핵연료 : 0.7퍼센트 천연우라늄+99.3퍼센트의 우라늄238(U238)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는 연료 교환을 자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경수로의 핵연료 교환 주기가 3~5년인데 반해서, 천연우라늄을 사용하는 중수로는 그 주기가 1년 정도다. 이렇게 핵연료 교환 주기가 짧다 보니, 중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 폐기물의 양은 경수로와 비교했을 때 4~5배 정도 많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농축우라늄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열화우라늄이 나온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235(U235)의 함량이 천연우라늄의 0.7퍼센트보다 낮은 것을 말한다. 열화우라늄은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탄환의 원료로 쓰여서 뉴스에 등장했던 바로 그 물질이다. 이것으로 탄환을 만들면 우라늄의 비중과 발열 때문에 콘크리트, 철판 등의 관통력이 커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추진하는 이들의 주장을 검증해 보자.
경수로에서 3년간 사용한 사용 후 핵연료 1톤을 수조에서 3.5년간 냉각시키면 그 부산물은 [표1]과 같다. 그 안에는 약 40종의 핵종(질량수로 따지면 약 100종 이상)이 들어 있다. 재처리 추진파는 파이로-프로세싱을 통해서 94~96퍼센트(감손(減損)U235(0.9퍼센트)+U238(92.7퍼센트)+Pu(1.1퍼센트)+MA(0.1퍼센트))를 재활용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 사용 후 핵연료의 구성. ⓒ장정욱 |
이런 주장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실제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재활용 비율은 겨우 1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공정 중의 손실 및 투입 에너지를 고려하면 에너지 수지(收支)는 마이너스가 되기 쉽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재처리 추진파는 사용 후 핵연료로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만들어서 경수로에서 태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Thermal-recyle). MOX 연료는 우라늄238(U238)과 플루토늄(Pu) 3~9퍼센트를 혼합한 핵연료다. 하지만 단지 플루토늄 11킬로그램을 이용한 것에 불과해 재활용 비율은 1.1퍼센트 수준이다.
사용 후 핵연료 안에 들어 있는 우라늄235(U235)와 우라늄238(U238)은 불순물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사용하는 MOX 연료의 우라늄238(U238)은 농축 공정에서 폐기한 순수한 우라늄238(U238)을 이용한다. 그 양도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우라늄238(U238)보다 7.8배나 많다. 즉, 재처리 후의 불순물이 섞인 우라늄238(U238)은 고스란히 쓰레기로 남는다.
따라서, 고속로에서 MOX 연료 또는 금속 연료를 사용할 경우에도 플루토늄(Pu) 11킬로그램과 MA의 1킬로그램으로 재활용 비율은 1.2퍼센트에 불과하다. 더구나 MA의 연소를 위해서는 고속로의 상용화가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MA를 핵연료에 혼합해서 사용하는 것도 아직 실험 단계이다.
가령 고속로의 상용화가 가능하더라도, 100년 이상은 경수로와의 공존(병행)이 예상된다. 따라서 경수로의 우라늄을 농축할 때의 열화우라늄238(U238)이 전량 소비된 150~200년 후에나 94~96퍼센트의 재활용률이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재처리의 경제성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천연우라늄을 농축하여 이용하는 쪽이 훨씬 낫다.
ⓒ연합뉴스 |
재처리의 경제성도 없다! 최대 수백조 원?
재처리는 천연자원의 단순한 리사이클이 아니다. 재처리를 위해서는 핵발전소의 가동과는 별도로 거대한 규모의 시설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추진파가 주장하듯이 플루토늄을 영구적으로 반복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반복되는 재처리 과정에서 플루토늄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재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방사성 폐기물도 대량 발생한다.
추진파는 핵발전소 부지 내에 고속로,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재처리 공장, 연료 가공 공장을 함께 건설하는 통합형 고속로(Integral Fast Reactor, IFR)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1984년 미국의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가 제안하였던 방식인데, 경상북도가 추진을 요구하는 ‘원자력 클러스터‘가 이에 비슷한 형태이다.
IFR은 미국 정부가 핵확산 우려로 고속로 개발의 중지를 선택하자, 이에 대응한 미국의 고속로 추진파가 내세운 임기응변적인 대책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파이로-프로세싱 상업 공장은 아직 없다. 실험실 수준에서 부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상업 공장의 건설비 및 운영비에 대한 정확한 자료(수치)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상업화된 습식 방식의 재처리 공장의 비용에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일본에 건설 중인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습식)의 사례를 가지고 비교한다.
일본은 기존의 작은 원형 규모의 토카이(東海) 재처리 공장 이외에 상업용 규모의 로카쇼무라(六ヶ所村) 재처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 완공 예정이던 이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은 19회나 연기되어 2013년 10월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건설 비용도 당초 계획(7000억 엔)의 3배인 2조4000억 엔(약 24조원)으로 늘어났으며, 2013년 10월의 완공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추가적인 비용의 투입도 불가피하다.
이 공장은 사용 후 핵연료를 이용한 최종 실험 중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유리 고화 시설이 고장 나서 중단되었다. 중단 중에도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약 2000억 원), 공장의 경비 및 방사선 관리(약 2000억 원), 인건비(약 1300억 원) 등의 연간 약 1조1000억 원이 필요한 공장이다. 단일 공장으로서는 세계 최고액의 건설비가 투입된 것이다.
일본 정부가 2003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46년까지의 40년간의 무사고 운전을 가정한 상태에서 재처리 비용은 합계 18.8조 엔(약 180조 원)이었다. 참고로, 2002년의 일본전기사업자연합회는 30조 엔(약 360조 원)으로 추산을 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재처리 과정을 완성하고자 할 경우에는, 재처리 공장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 공장, MOX 연료의 가공 공장, 초우라늄(TRU) 원소의 중간 처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수송 및 처분과 관계된 공장들의 해체 비용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추진파는 파이로-프로세싱 방식의 건식 재처리에 필요한 설비의 숫자가 적어서 소규모 시설이 가능하므로 경제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앞으로 핵발전소의 보급 확대로 발생할 세계적인 우라늄 가격의 상승 및 자원의 한계를 염두에 두면, 파이로-프로세싱의 높은 재활용률은 준(準)국산 연료의 공급을 가능하게 해 또 다른 비용 절감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18.8조 엔(약 188조 원)은 사용 후 핵연료 3만2000톤의 처리 비용의 추산으로, 톤당 약 58.7억 원이 소요되는 셈이다. 그런데 핵심 시설인 재처리 공장의 건설 비용이 벌써 약 3배로 증가해 있는 만큼, 기타 비용도 3배 증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재처리 비용은 톤당 약 176억 원이 될 것이다. 2010년 9월 현재, 국내 경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 4986톤에 이를 적용하면, 처리 비용은 약 88조 원에 달한다. 그리고 매년 증가하는 경수로의 사용 후 핵연료 약 380톤의 6.7조원도 더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겨우 1.1퍼센트의 재활용률을 위해 이런 막대한 재원을 투입할 여유는 없다.
그리고 일본의 재처리 비용(18.8조 엔)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 처리장과, 앞으로 설명할 고속로의 개발 비용 등을 포함시키면, 총 40조 엔(약 480조 원) 이상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덧붙이면, 2011년 11월의 일본원자력위원회의 자료에는 재처리가 직접 처분의 약 2배의 비용이 드는 걸로 되어 있다.
앞에서 살펴본 Termal recycle에 사용하는 MOX 연료의 가격은 하나에 약 8.9억 엔(약 89억 원)으로 보통 농축 우라늄의 핵연료 가격 1억~2억 엔(약 10억~20억 원, 시장 가격에 따라 변화)에 비해 최소 4배나 비싸다. 게다가, 전력의 발생량도 우라늄 연료의 약 8할에 지나지 않는다. 즉,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의 이용은, 우라늄만의 이용보다 경제성이 없다.
2000년대 초의 소위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구호처럼, 일시적으로는 핵발전소의 보급이 확대될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보급 확대의 경우에도, EURATOM(유럽원자력공동체)의 2008년차 보고서를 보면, 미발견 우라늄 자원 등을 고려할 경우, 2008년 말의 세계의 가동 중인 핵발전소 432기의 3배 즉 약 1200기의 연료를 100년 이상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우라늄의 가격 상승에 따라서는 바닷물 속에 포함되어 있는 거의 무한정의 우라늄(약 45억 톤)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핵무기의 해체로 나오는 핵연료도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사고 후에는 강화된 안전 대책의 높은 비용 및 셰일 가스(Shale gas)의 대량 생산 등으로, 선진국에서의 핵발전소 건설은 사실상 곤란한 상황이다.
가령 재처리를 할 경우에도, 소규모 파이로-프로세싱 시설의 경제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이다. 특히 고온의 공정이 많아서 기기의 손상 및 교환이 빈번하여 운영비가 상승할 가능성도 크다. 또 재처리 후의 새로운 금속 연료는, 앞서 말했듯이 핵분열을 방해하는 불순물이 많다. 고속로의 상용화가 없다면, 현재의 경수로에게는 무용지물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