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국가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
“삼성경제연구소, 국가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
한겨레 | 입력 2013.04.23 20:20 | 수정 2013.04.23 21:20[한겨레]27일 비판사회학회서 논문 발표
‘범국가적 의제 설정’을 목표 삼아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
자본 넘어 이데올로기 권력 강화
참여정부 때 연구소 영향력 정점
FTA 등 기업친화적 정책 이끌어
“삼성과 관료, 집권세력 이해 일치”
삼성그룹 산하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SERI=세리, 이하 삼성연구소)가 어떻게 ‘성장 지상주의’, ‘국가경쟁력 강화’ 담론 등을 사회에 유포시키며,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이익과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는지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이광근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와 이경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오는 27일 열리는 2013년 비판사회학회 봄철학술대회에서 ‘스마트 통치의 등장: 삼성경제연구소의 등장과 영향력 강화’ 논문을 발표한다. 두학자는 논문에서 “삼성연구소의 경제 예측과 각종 보고서, 연구원들의 인터뷰는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사회에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외환위기 이후 성장 지상주의가 국가경쟁력 이데올로기를 통해 정당화되는데, 삼성은 이 과정에 삼성연구소를 참여시켜 국가의 정책 형성에 주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논문을 보면 삼성연구소는 다른 연구집단(싱크탱크)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싱크탱크는 지지자들이나 후원자들을 위한 연구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연구소는 자신들의 임무를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범국가적 의제 설정(아젠다 세팅)”이라고 규정하며 훨씬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6년 만들어진 삼성연구소는 1990년대 초부터 서울시의 ‘시정개혁 프로젝트’ 등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96년에는 정책연구센터까지 만들어 정부 부처별 조직 진단, 신규사업 타당성 조사 등 다양한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규모 면에서도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다른 기업연구소 등에 비해 연구인력, 투자액, 홈 페이지 방문자 수, 유료 회원수, 언론 보도 횟수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게 된다.
논문은 삼성연구소의 대정부 영향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가 참여정부 때였다고 분석하고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6월5일 ’2기 신경영지침’에서 ‘마의 1만달러 장벽’, ’2만달러론’ 등을 언급한 뒤, 2003년 6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했고, 이는 이후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로 자리잡게 된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서비스산업 중심론’도 삼성연구소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토론회에서 제기한 ‘매력한국론’(교육·의료 부문을 개방하고 시장주의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도 삼성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2004년 9월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의정연구모임’은 삼성연구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한미 에프티에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논문은 참여정부 당시 삼성의 이런 ‘역할’에 대해 “국내 재벌 일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그래서 특정 자본에 더 의존하게 된) 집권세력, 재벌 주도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관료, 대자본 삼성의 이해관계가 합치한 결과였다”며 “이런 상황은 소위 ‘진보 개혁세력’이 언젠가 다시 집권할 때 또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삼성연구소는 오히려 정책형성 과정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하지만 삼성연구소가 자신을 특정자본(삼성)이나 자본 일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제 전반을 예측하는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 전반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이익을 공적 담론과 정책으로 전환시키면서 소위 ‘삼성공화국’ 현상, 혹은 자본의 국가 지배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shan@hani.co.kr
‘범국가적 의제 설정’을 목표 삼아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
자본 넘어 이데올로기 권력 강화
참여정부 때 연구소 영향력 정점
FTA 등 기업친화적 정책 이끌어
“삼성과 관료, 집권세력 이해 일치”
삼성그룹 산하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SERI=세리, 이하 삼성연구소)가 어떻게 ‘성장 지상주의’, ‘국가경쟁력 강화’ 담론 등을 사회에 유포시키며, 한국 사회에서 삼성의 이익과 영향력을 키우는 데 일조했는지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논문을 보면 삼성연구소는 다른 연구집단(싱크탱크)과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싱크탱크는 지지자들이나 후원자들을 위한 연구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삼성연구소는 자신들의 임무를 “풍요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범국가적 의제 설정(아젠다 세팅)”이라고 규정하며 훨씬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6년 만들어진 삼성연구소는 1990년대 초부터 서울시의 ‘시정개혁 프로젝트’ 등 공공부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96년에는 정책연구센터까지 만들어 정부 부처별 조직 진단, 신규사업 타당성 조사 등 다양한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규모 면에서도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다른 기업연구소 등에 비해 연구인력, 투자액, 홈 페이지 방문자 수, 유료 회원수, 언론 보도 횟수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자랑하게 된다.
논문은 삼성연구소의 대정부 영향력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가 참여정부 때였다고 분석하고 여러 사례를 제시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3년 6월5일 ’2기 신경영지침’에서 ‘마의 1만달러 장벽’, ’2만달러론’ 등을 언급한 뒤, 2003년 6월30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론’을 제시했고, 이는 이후 참여정부의 국정목표로 자리잡게 된다. 당시 정부가 추진한 ‘서비스산업 중심론’도 삼성연구소가 2005년 열린우리당 의원들과의 토론회에서 제기한 ‘매력한국론’(교육·의료 부문을 개방하고 시장주의를 강화해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도 삼성의 영향이 나타난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2004년 9월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주도한 ‘의정연구모임’은 삼성연구소와 공동으로 세미나를 주최하고,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한미 에프티에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논문은 참여정부 당시 삼성의 이런 ‘역할’에 대해 “국내 재벌 일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그래서 특정 자본에 더 의존하게 된) 집권세력, 재벌 주도 성장 지상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는 관료, 대자본 삼성의 이해관계가 합치한 결과였다”며 “이런 상황은 소위 ‘진보 개혁세력’이 언젠가 다시 집권할 때 또다시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이명박 정부가 등장하면서 삼성연구소는 오히려 정책형성 과정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게 된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대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은 “하지만 삼성연구소가 자신을 특정자본(삼성)이나 자본 일반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 아닌 ‘국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경제 전반을 예측하는 전문가집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 전반에 대한 장악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자신의 이익을 공적 담론과 정책으로 전환시키면서 소위 ‘삼성공화국’ 현상, 혹은 자본의 국가 지배현상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안선희 기자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