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규제강화 사실상 올스톱..방치된 국민건강
연합뉴스 2013/06/03 06:49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3/06/01/0706000000AKR20130601052600017.HTML
대학내음주금지·흡연경고그림 등 건강증진법 개정안 8개월째 ‘낮잠’
금연 정책 수준 OECD 25개국 중 24위, 음주도 30개국 중 15위 불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대학 축제 기간에 술을 판매하려는데 교내에서 주류를 팔거나 음주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나요”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대학 축제 시즌을 맞아 복지부에는 최근 대학 학생회로 부터 이 같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 현 시점에서 복지부의 공식 답변은 “아직 금지되지 않았습니다”이다.
이런 문의가 쇄도하는 것은 지난해 9월 복지부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에서도 주류 판매와 음주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청소년수련시설(유스호스텔 제외)·의료기관(장례식장 제외)도 주류 판매 및 음주 금지 장소로 규정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은 해수욕장·공원 등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특정 장소를 조례를 통해 음주 금지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주류 광고 규제도 엄격해져 지상파·유선방송 TV·라디오 뿐 아니라 DMB·IPTV·인터넷까지 모두 규제 대상 매체에 추가되고, 이들 매체에서는 오전7시부터 오후10시까지 술 광고를 할 수 없다. 이외 시간대라도 미성년자(19세미만) 관람등급의 프로그램 전후나 중간에 주류 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또 주류 광고에는 임산부나 미성년자가 등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술을 마시는 행위를 묘사한 장면도 허용되지 않는다.
입법예고 당시 복지부는 입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올해 4월께면 충분히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개정안은 올해 상반기가 거의 다 지난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8개월째 정부 안에서 부처간 이견과 정권 교체 일정 등에 밀려 답보 상태로, 지금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사실상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음주 보다는 흡연(담배) 쪽이다.
개정안은 아울러 담뱃갑에 흡연의 신체적 피해를 경고하는 그림을 앞·뒷·옆면 면적의 50%이상 크기로 넣고, ‘저(低) 타르’, ‘라이트’, ‘마일드’ 등 흡연을 유도하는 문구는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담배 한 개비 연기에 포함된 타르·니코틴·일산화탄소 등 성분을 주기적(반기)으로 측정하고, 담배 제조에 사용된 재료 및 첨가물 이름과 함량을 품목별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지정된 담배 판매장소를 제외한 다른 곳에서의 담배 판촉 활동도 금지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담배사업법과의 중복 규제 문제 등을 들어 복지부의 건강증진법 개정안 원안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흡연 경고그림에 대해서는 실효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음주 규제 강화의 경우 특별히 입법예고 과정에서 다른 부처로부터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없었다.
결국 정부가 담배 규제에 관한 부처간 이해관계 및 시각 차이를 조율하지 못하고 시간 낭비하는 동안, 술과 담배로 인한 사회적 폐해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진영 복지부 장관은 최근 “(서민 생활도 어렵고) 여러 여건상 올해 안에 담배값 인상은 힘들다”고 밝혀 술·담배 비가격 규제 뿐 아니라 담배 가격 규제까지 사실상 올해 안에 어느 것하나 제대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초 대통령 업무 보고 등에서도 국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보건의료체제 개혁 차원에서 술·담배 규제 강화안을 보고했지만,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부 국회의원들이 흡연경고그림 삽입 등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정부안 추진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의원안이라도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의 금연 정책 수준은 가격·금연장소·광고 등의 측면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5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인 24위였다.
음주 규제 정책 역시 사회환경·가격·개인·시장·생산·유통 등을 기준으로 통합 지표를 산출한 결과 OECD 30개국 가운데 15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