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을 열고 1층 로비로 들어서면 정면에 접수대가 보인다. 접수대 양 옆으로는 소파와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한국어로 된 책과 신문이 비치되어 있다. 접수대 왼편 뒤쪽으로 돌아가니 주사실이 두 곳 있었다. 한 곳에는 3대의 침상이 약 50cm 간격으로 놓여 있다. 한국에서 온 환자들이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 곳이다. 주사실을 나와 옆으로 이동하면 수술실이 두 곳 있다. 약 16㎡(5평) 남짓 되어 보이는 이곳에는 수술용 조명 기구와 수술대만 있을 뿐 별다른 의료 장비는 보이지 않았다. 수술실은 독립된 청정 공간이 아니다. 겨우 미닫이문 하나로 복도와 구분되어 있다. 이곳 역시 한국 환자들이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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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판도 없는 곳에 “지난 1년간 1천명 다녀갔다”
줄기세포 주입 시술하는 중국 옌지조양재생병원 현지 취재 “한국 벤처회사에서 환자 모아 2~3일에 한 번 30명씩 시술…그중 20~30%는 예방 차원에서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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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1043호] 2009.10.14 (수)
중국 옌지ㆍ노진섭 | no@sisapress.com
<시사저널> 취재팀은 지난 9월28일부터 9월30일까지 중국 옌지(연길)를 찾았다. 현지에서 어떤 식으로 치료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고, 시설은 어떠한지, 담당 의사는 어떻게 말하는지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옌지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면서 한국 환자들 사이에 유명세를 탄 옌지조양재생병원이 있는 곳이다. 2층 건물에 들어선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개업한 지 1년 가까이 되었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 건물이 병원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옌지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15분 정도를 가니 이 병원이 나왔다. 옌지 도심에서는 30분 정도 떨어진 외진 곳이다. 건물 어디에도 병원이라는 간판이나 표시가 없었다. 근처 찻집 주인도 그 건물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다만, 건물 한쪽 벽에 ‘RNL BIO’(알앤엘 바이오)라는 영문 글자가 장식되어 있었다. 이 병원과 협력 관계를 맺은, 한국에 있는 줄기세포 벤처회사의 이름이다.
▲ 중국 옌지에 위치한 옌지조양재생병원(위)에서 한국 환자들을 상대로 줄기세포 치료액이 주사되고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진료실이 복도를 따라 늘어서 있다. 각 진료실에는 책상, 의자, 책장, 컴퓨터, 세면대가 있다. 다른 진료 장비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온 환자가 의사와 상담하는 곳이다. 여러 진료실을 지나 복도 끝으로 가면 연구실이 있다. 환자에게 주입할 줄기세포의 상태를 확인하는 곳이다. 책상에는 현미경이 놓여 있다. 1~2층 전체를 돌아보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별다른 의료 장비나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주사를 놓기 전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진단실도 보이지 않았다.
기자가 찾아간 날, 이 병원에서는 환자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이 병원에는 의사 네 명과 간호사 10여 명이 있다. 자신을 원장이라고 소개한 박 아무개 외과 의사를 만났다. 그는 조선족이었고 한국말을 잘 구사했다. 그는 “한국 환자들은 30명씩 단체로 2~3일에 한 번 정도 오는데, 오늘은 환자가 오지 않는 날이다. 돈 많은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이 병원의 손님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주사만 맞는 것이므로 굳이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라며 방문 당시 병원에 환자가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황량한 흙바람이 부는 옌지 시 변두리에 있는 이 병원까지 수많은 한국 환자는 어떻게 찾아오는 것일까. 이 병원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으려면 한국에 있는 알앤엘바이오라는 회사를 거쳐야 한다. 환자가 찾아오면 이 회사는 약 30분 동안 환자의 뱃살 조직에서 10~15g의 지방을 채취한다. 채취한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한 뒤 줄기세포 수를 늘리기 위해 2~4주 동안 배양한다. 환자는 회사가 배양한 줄기세포를 지참하고 중국 옌지조양재생병원으로 간다. 옌지조양재생병원은 알앤엘바이오가 추천하는 병원 가운데 하나이다. 환자는 중국 병원을 찾아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 질환에 따라 정맥, 척수강 등에 주입한다.
줄기세포 주사는 환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2~3차례 맞는다. 한 차례에 2~3시간 정도 걸린다. 한국 환자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기 위해 2~3차례 중국 옌지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줄기세포 주사는 한국에서 불법이다. 박원장은 “중국에서는 배양한 줄기세포를 주사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중국에는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하는 병원이 베이징과 칭다오 등에 30~40곳 있다. 그중에 한국의 알앤엘바이오와 협력 관계를 맺은 병원은 베이징과 옌지에 각각 한 곳씩 있다. 일본에도 협력 병원이 여섯 곳 있으므로 한국 환자는 중국이나 일본을 선택해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병원을 찾는 한국인은 얼마나 될까. 박원장은 책장에서 환자 장부를 꺼내왔다. 한국 환자들의 이름과 치료 시기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이 병원이 세워진 지 1년이 채 안 되었는데 그동안 약 1천명이 다녀갔다. 대부분 난치병 환자들이다. 뇌졸중, 간장질환, 신부전, 심장질환, 아토피와 같은 피부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신경질환 환자가 이 병원을 찾는다. 그들 중에 20~30%는 병도 없는데 예방 차원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의료진이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병원 자랑을 늘어놓았다.
환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주사 한 대당 1천만원이 든다. 환자가 중국까지 세 번 왕복하는 비행기 운임과 체류비 등 부가적인 경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박원장은 “지방 채취, 줄기세포 분리, 배양, 주사 등 일련의 줄기세포 치료에 드는 비용은 약 3천만원이다. 자세한 것은 한국 업체와 상담하라”라고 말했다.
돈도 돈이지만 한국 환자가 중국까지 오가는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는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에서 고치기 어려운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다. 이 희망에 불을 댕긴 사례가 가수 조덕배씨의 사례이다. 지난 4월 오른쪽 팔과 얼굴에 마비 증세를 보인 그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조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위급한 상황을 넘겼고 물리·재활치료 등을 통해 회복 중이었다. 5월부터는 중국 옌지조양재생병원에서 줄기세포 주사를 3차례 맞았다. 알앤엘바이오는 조씨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대신 그를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줄기세포 치료로 뇌출혈을 치료한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조씨가 자연 회복기에 있었던 만큼 줄기세포로 치료되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박원장은 “줄기세포 치료 효과는 동물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사람에서도 확실하다. 휠체어 없이는 다니지도 못하던 사람이 줄기세포 치료 후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가수 조덕배씨도 줄기세포 치료 후 옌지에서 콘서트까지 열 정도로 회복되었다”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배양한 줄기세포를 직접 사람에게 주입하는 의료 행위는 국제적으로 인증된 바 없다. 임상시험 결과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에 대한 연구도 절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에서는 사람을 상대로 줄기세포 치료 행위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이런 점을 따지자 박원장은 비로소 줄기세포 치료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로 병이 완치되지 않는다. 환자 10명 중 2~3명 정도에서 증세를 50% 정도 감소시킬 뿐이다. 물론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환자도 있다. 암이나 바이러스성 질환은 줄기세포로 치료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치료 효과가 없는 것에 그친다면 그나마 낫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면 환자가 위험할 수 있다. 박원장은 “부작용은 없다. 심지어 아들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아버지에게 주입했지만 멀쩡했다. 줄기세포는 골수 이식보다 면역 거부 반응이 적다. 중국에서는 지난 20~30년 동안 사람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해왔다. 중국에 있는 한 병원은 배아 줄기세포로도 환자를 치료한다”라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황우석 사태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배아 줄기세포는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배아 줄기세포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박원장의 말대로라면 중국에서는 이미 배아 줄기세포로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옌지조양재생병원은 앞으로 규모를 늘려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박원장은 “앞으로 환자로부터 지방을 채취해서 줄기세포를 분리하는 시설, 즉 배양 시설을 이 병원에 갖출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업체는 줄기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돌려준다. 중국 병원은 환자가 가져온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한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는 간단해 보이지만 곳곳에 불법, 편법,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안치영 식품의약품안전청 첨단제제과장은 “국내에서 채취하고 배양한 줄기세포를 중국으로 가져가서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불법 행위이다. 중국 당국도 지난 5월 줄기세포 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경우에만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현재 중국의 줄기세포 치료는 불법이다. 이같은 의료행위는 환자나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식약청은 이런 행위에 대해 조사해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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