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바마의 의료개혁과 이명박의 민영화

오바마의 의료개혁과 이명박의 민영화 / 한겨레신문 11월 13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부대표
 
obama_health.jpg오바마는 선거 직전 연설에서 경제위기와 전쟁 다음으로 주택과 보건의료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보험회사와 제약회사가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인구의 5%가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고 인구의 15%가 아무런 의료보험이 없는, 신자유주의의 극단까지 도달한 사회에서 집과 의료의 제공을 정부의 최우선과제로 공약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부시의 부자 감세 정책을 되돌리고, 연간 25만달러 이상 버는 사람들에게 증세함으로써 500억~650억달러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얼마 전 미국 제1위의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가 사실상 도산했다. 세계 1위 보험회사인 이 회사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79.9%의 주식을 미국 정부에 넘겼다. 5위 보험회사인 아이엔지(ING)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미 연준 관계자가 <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던 것처럼 2년 뒤 에이아이지가 현재 상태로 남을지, 자산을 대부분 매각하고 소규모 회사로 살아남을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한번 망한 회사에 ‘보험’을 들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이다.

부동의 세계 1위 보험회사가 사실상 파산한 사건, 그리고 보험회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한 지금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아무리 큰 보험회사라도 망할 수 있는 금융기업일 뿐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에이아이지는 서브프라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도산했다. 세계 1위 보험회사도 결국 규모만 컸을 뿐 본질은 보험 가입자들의 돈을 가지고 돈놀이를 하던 부동산투기, 금융투기‘꾼’이었다는 것이다. 오바마가 금융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보험회사들의 이윤만을 위한 미국 의료체계를 탈피하겠다고 말한 것은 이런 금융위기에 대한 오바마의 최소한의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런 오바마와 ‘변화와 개혁’의 철학이 같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말했다. 정말 그럴까?

이번 국감에서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우리나라 보험회사의 파생금융상품 투자액이 30조원이라고 밝히면서,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 이번에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솔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질문에 대한 정부의 답은? “영업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가 다였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2008년 6월까지 국내 생명보험사들과 손해보험사들의 외화유가증권 투자금액은 23조원이고, 손실액은 삼성생명 3863억원, 대한생명 2846억원 등 2조원에 가깝다. 금융위기가 닥친 최근의 손해는 더욱 막심할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한술 더 뜬다. 강만수 장관은 아예 ‘보험사들이 개발을 할 수 있도록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했다.

지난 11월4일 이명박 정부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아예 보험회사들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자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의 초석이 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 질병 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기고, 일정 기준만 충족시키면 모든 보험상품을 팔 수 있도록 네거티브 리스트로 규제방식을 바꾸고, 나아가 그나마 취약했던 파생금융상품 투자 규제도 풀고 부동산 투자 규제도 풀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실명제도 안 갖춘 보험사에 지급결제 기능까지 주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보험회사에 보내는 이명박 정부의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오바마의 당선에 전세계가 기뻐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부시가 아닌 다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금융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 정책, 사회복지 축소 등 부시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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