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료원은 노조파괴공작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라.
- ‘여성전문병원’을 표방하려면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부터 개선하라 -
이화의료원(통칭 이화여자대학교병원, 이대병원) 노동자들이 9월 5일부터 파업에 돌입하였다. 이화의료원은 2008년 동대문 병원을 폐업하고 이대 목동병원으로 통폐합하면서 동대문병원 출신 노동자들에게22퍼센트의 임금삭감을 강요했던 병원이다. 이 때문에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임금은 전국 사립대병원 중 최저이다. 또한 통폐합을 핑계로 인력충원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대병원 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인력충원이라는 요구는 정당하며 또한 정상적 진료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그러나 병원당국은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하기는커녕, 노조와의 교섭방기, 노조파괴 추진 등 상식밖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 이제 3주를 넘어 이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는 이화의료원 당국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며,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에 지지를 보낸다.
첫째,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 되어야 한다.
최근 서울의 대학병원들의 병동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에서의 학업시간 보다도 근속연수가 낮은 것은 물론 OECD 1위의 간호인력당 환자수와 야간 및 장시간 노동 등으로 대표되는 노동시간과 노동강도 때문이다. 이대병원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인력충원 없이 업무량을 더 늘려왔고 의료기사 직종은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을 채용해왔다. 결국 이화의료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직원들이 건강하지 못한 병원은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올바른 병원이 될 수 없다.
둘째, 이화의료원은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노조파괴 기도를 중단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정부 들어 파업을 빌미로 노조파괴와 대량해고가 자행되는 사태를 여러차례 목격해왔다. 또한 쌍용자동차로 대표되는 것처럼 파업 노동자들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도 정신적 공황과 자살로 몰리는 상황을 목도했다. 이대병원은 이번 파업에 대응을 하면서 노조파괴로 악명이 높은 창조콘설팅과 전문용역계약을 맺었다.
창조콘설팅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지난 7년간 SJM, 영남대병원 등 14개의 노조파괴공작에 관여했으며 노조파괴 성공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았다고 한다. 이화의료원은 병원노동자들의 식사개선 등의 처우에는 단 돈 몇원도 아끼려는 반면, 노조파괴를 위해서는 거액을 쓰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외면하고, 이들을 장기파업으로 나서게 하고, 노조파괴를 추진하는 이화의료원 당국의 행위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동3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행위일 뿐이다.
셋째. 이화의료원은 돈벌이가 아닌 의료의 가치를 회복하여야 한다.
이화의료원은 지하철 등에 많은 돈을 들인 광고를 통해 ‘여성전문병원’이라는 광고를 개제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병원내 여성노동자를 위해서는 다른 병원에는 다 있는 보육시설이나 보육수당 조차 없다. 직원식당은 식사의 질이 너무 낮아 간호사들이 차라리 컵라면을 먹는다고 한다. 이것이 이화의료원이 말하는 ‘여성전문병원’이란 말인가? 또한 이화의료원은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퇴직금제도에 있어서도 기타 사학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사립대학교 병원들과 달리 일반기업의 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병원이 마치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돈만 더 벌면 된다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화의료원이 엄연한 ‘비영리’법인이며 공익성을 추구해야할 의무가 있음을 망각한 행위이다. 병원이미지 제고를 위해 수억원대의 광고는 선뜻하면서도 병원노동자들의 일반적인 처우개선은 외면하는 행위는 의료에서는 질의 저하로 드러난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양질의 의료는 양질의 의료인력에서 나온다. 병원 노동자에게 존엄하고 정당한 대우를 해줄때에만 양질의 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이대병원은 명심해야 한다.
이화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은 약 1,060만원으로 사립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화의료원은 이 학생들이 의사가 되기 전에 실습을 하는 교육병원이다. 이화여대 의학전문대학원과 이화의료원은 학생들에게는 유례없는 등록금 폭탄을, 병원노동자들에게는 최하위 임금을 주고 있다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버려야 하지 않을까?
이화의료원은 교육병원으로서도 자신의 공익성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앞으로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갖춘 의료인이 되어야 할 학생들이 ‘노조파괴’ ‘저질식사’ ‘보육시설도 없는 여성병원’ ‘최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등을 목도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오늘 우리는 이화의료원의 문제를 한국의 의료문제의 집약점, 노동문제의 집대성으로 본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이화의료원의 파업에 연대의 지지를 보낸다. 이화의료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당하다. 이화의료원은 당장 노조파괴공작을 중단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야 한다.
2012.9.25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9월 칼럼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성명서로 대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