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대학살, 2년] 존재 자체로 위험한 공장식 축산
공장식 축산의 지상 최대 목표는, 최단 시간 내에 최대의 체중 증가이다. 원래 소나 돼지, 닭들의 습성이 어떤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가축들의 움직임은 체중 증가를 방해하는 요인에 불과하므로 최소화되었고, 이들이 원래 자연 상태에서 먹었던 음식인 채소와 풀은 체중 증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방 축적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옥수수 등의 곡물 사료로 대체되었다.
그 결과 가축들은 엄청난 속도로 몸집이 커졌지만, 건강은 극도로 악화됐다.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서 가축들의 건강 악화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소들은 2~3년, 돼지는 5~6개월, 닭은 35일 정도만 숨이 붙어 있게 해서 도축장으로 넘길 수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기에 그 짧은 기간 동안 건강 상태가 어떻든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이다. 최대 관심사는 근육 사이에 축적되는 지방이다. 그래야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화되고,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 가축들. 그리고 그 가축들의 근육, 뼈, 내장과 젖을 먹는 인간들. 과연 아무 문제가 없을까?
염증성 질환
1950년대 이후 류머티즘 관절염, 1형 당뇨병, 전신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 아토피 피부염 및 알레르기와 같은 과민성 질환, 크론병, 염증성 대장염, 관절염, 여드름 등 만성 염증성 질환 등 이상 염증과 관련된 질환들이 급증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요인으로 필수 지방산인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 섭취 불균형이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런 필수 지방산 섭취 불균형이 공장식 축산과 깊은 관련이 있다.
▲ [그림 1] 육류의 지방 비교. ⓒ이의철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소와 들소가 비육장에서 곡물 사료를 먹을 경우 방목하면서 풀을 뜯어먹을 경우에 비해 지방함량이 1.9~2.7배 높다. 지방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지방 중 염증을 촉진하는 오메가-6 지방산은 많아지고, 염증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오메가-3 지방산은 현격히 감소해 오메가-3에 대한 오메가-6 비율이 비육장 육우 경우 방목 육우에 비해 3.2배나 높다. 특히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닭 가슴 살은 지방 함량이 높진 않지만 오메가-6 지방산이 오메가-3 지방산보다 18.5배나 많아 장기적으로 닭 가슴 살을 먹을 경우 여러 염증성 질환이 촉발될 위험이 크다([그림2]).
▲ [그림 2] 육류의 오메가-6/오메가-3 지방산 비율 비교. ⓒ이의철
이렇게 지방 함량이 증가하고, 지방 중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가축들이 엽록소가 풍부한 풀을 먹지 않고, 오메가-6 지방산이 많은 곡물을 먹게 됐기 때문이다. 엽록소에는 광합성을 위해 오메가-3가 필요하기 때문에 풀을 많이 먹을 경우 자연스럽게 오메가-3 지방산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참고로 생선에 오메가-3가 많은 것은 바다 속 해초의 오메가-3 성분이 생선에 고농도로 농축되었기 때문이지 생선이 스스로 오메가-3를 생산했기 때문이 아니다.
여러 연구에서 오메가-6 섭취량이 증가하고, 오메가-3 섭취량이 감소할 경우 동맥 경화가 촉진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고, 우울증이 증가하고,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이 악화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인류는 공장식 축산과 가공 식품의 시대 이전엔 전통적으로 오메가-3에 대한 오메가-6의 비율이 1/1 정도로 오메가-3 섭취량이 많았지만, 현재 서구화된 사회에서는 이 비율이 15/1~16.7/1 정도로 오메가-6 섭취량이 늘고 오메가-3 섭취량이 감소했다. 식이 개입을 통해 이 비율을 4/1로만 낮춰도 심장 혈관 질환자의 사망률을 70퍼센트 낮출 수 있고, 2.5/1으로 낮추면 대장암 환자에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고, 2.3/1로 낮추면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의 염증을 억제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가축들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 풀을 먹이지 않고 곡물을 먹인 결과 최종적으로 인간의 과도한 오메가-6 섭취로 이어져 여러 염증성 질환들을 촉발시키고 악화시키게 된 것이다.
인간의 오메가-6/오메가-3 섭취 비율 증가가 여러 건강 부작용을 일으킨다면 가축들은 어떨까? 인간과 마찬가지로 가축들도 지방 섭취 불균형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고 여러 염증성 질환에 시달리게 된다. 사실 인간에게서 발생한 증상들은 가축들에서 벌어진 일들의 재연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식중독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지난 10년간 1만7252명의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 다른 식중독의 원인으로는 노로바이러스,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 등이 있으며 각각 1만4950명, 7686명, 723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병원성 대장균과 살모넬라는 반추 동물의 장에 서식하는 균들로, 섭취한 음식이 이들 동물들의 분변에 오염되면서 발생한다.
2011년 유럽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출혈성대장균(O-104) 식중독도 유기농 새싹 채소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이들 채소가 오염된 원인은 유기농 채소를 재배한 토양과 지하수의 세균 오염으로, 공장식 축산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축들이 원래부터 식중독의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 상태에서 풀을 먹고 자라던 가축들은 풀을 먹을 때 장내 세균들과 가장 이상적인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장내 세균은 가축들의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병원균이 몸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풀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이런 장내 유익균들의 좋은 먹이가 됐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공장식 축산이 시작되고, 가축들에게 풀이 아닌 곡물 사료를 먹이기 시작하면서 가축들의 장내 세균 균형이 완전 뒤바뀌게 되었다. 과도한 탄수화물에 의해 조성된 소화기계의 산성화는 기존의 장내 유익균을 억제하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균들이 자리 잡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병원성대장균과 살모넬라다.
새롭게 등장한 균들은 가축들의 산성 소화기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균들로, 인간의 위산에 의해서도 죽지 않아 식중독을 더 잘 일으키게 됐다. 물론 이런 균들은 지금까지 인간도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이 추구하는 밀집 사육으로 인한 사육 환경 위생 상태 악화와 빠른 속도의 대량 가공에 의한 가공 공정의 위생 상태 악화는 사태를 더욱 증폭시킨다.
공장식 축산의 곡물 사료 사용과 이로 인한 가축의 건강 악화는 이렇게 인간에게 식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더 직접적으로는 축산 농가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 때문에 공장식 축산에서는 유해 세균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항생제가 필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내성균
축산에서 항생제는 질병 치료 및 예방, 성장 촉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항생제의 성장 촉진 효과는 극적이다. 1950년 사료 1톤에 항생제 2~3킬로그램만 섞으면 돼지, 소, 닭의 성장 속도가 50퍼센트 증가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장식 축산에서 항생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게 됐다. 지금까지 발견된 어떤 물질보다 성장 촉진 효과가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후 항생제는 치료 목적보다 성장 촉진 혹은 가혹한 축산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미국의 ‘걱정하는 과학자 모임’은 성장 촉진을 위해 치료 용량 이하로 적게 먹이는 항생제의 양이 전체 사용량의 70퍼센트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치료 용량 이하의 장기간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 발생을 부르는 ‘주문’과도 같은 것으로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절대적 금기이다.
200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축산물 1톤을 생산하는 데 910그램의 항생제를 사용한다. 이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2위인 일본의 2.5배, 미국의 6배, 스웨덴의 30배나 되는 양이다. 동물에 대한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은 내성균 발생을 초래하고, 축산물은 물론 축산 주변까지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2010년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 축산물에서 발견된 대장균과 장구균의 항생제 내성률은 52~66퍼센트에 이르고, 사료, 토양, 주변 하천수, 음용수 등의 축산 환경 항생제 내성률은 66~69퍼센트에 달한다. 심지어 무항생제 양돈 농가 축산 환경에서도 항생제 내성이 44~57퍼센트일 정도다. 이미 전 국토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이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직접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항생제 내성을 획득한 세균과의 접촉을 통해 유전자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내성이 전파될 수 있다. 심지어 서로 다른 종의 세균끼리 이런 내성 유전자 교환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가족 중 한사람만 항생제를 복용해도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다른 가족들에게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가족들은 생활 환경을 공유하면서 균도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족 중에 누군가가 항생제 내성균에 오염된 축산물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가족들까지 내성균에 노출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다른 세균과의 유전자 교환을 통해 새로운 내성균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011년 전국적으로 병원에서 보고된 항생제 다제내성균 신고 건수는 2만2928건에 달한다. 이는 병원 내에서의 항생제 노출뿐만 아니라 음식 및 주변 토양을 통한 내성균 노출에 의한 공동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자연계에서 가축들이 먹지 않던 곡물 사료를 먹이고, 그 부작용을 항생제로 억누르고 있는 현재의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아무리 의료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도 다제내성균의 위협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환경 호르몬의 위협
공장식 축산이 가능해진 것은 잉여의 값싼 곡물 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의 제초제, 농약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기에 공장식 축산의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환경 호르몬이다.
2001년 보고된 연구에 의하면 모유의 환경 호르몬 농도는 우유의 3배가량 된다. 자녀의 건강을 위해 모유를 먹여야 한다고 정부와 전문가들이 적극 추천하고 있는데 모유를 먹일 경우 더 많은 환경 호르몬을 아이에게 물려주는 꼴이 되고 마는 것 아닌가? 어찌된 일인가?
우유와 모유의 환경 호르몬 농도 차이는 먹는 음식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여러 식품 중 환경 호르몬 농도가 가장 높은 식품은 민물 어류이고, 그 뒤를 버터, 핫도그, 치즈, 아이스크림, 소고기, 돼지고기, 바다 어류, 계란, 닭고기 순으로 따르고 있다. 반면 채식 식단에는 우유의 절반, 모유의 5분의 1 수준으로 환경 호르몬이 가장 적게 오염되어 있다([그림3]). 소는 아무리 질이 낮고 위생적이지 않은 사료를 먹는다 해도 식물성 식품만을 먹고, 사람은 환경 호르몬 농도가 높은 다양한 동물성 식품을 섭취한 것이 이런 차이의 원인이다.
섭취 빈도를 감안한 미국인들의 환경 호르몬 섭취 경로를 보면 인간이 환경 호르몬에 어떻게 노출되는지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인은 전체 섭취량의 31.9퍼센트를 쇠고기를 통해서 섭취하고, 우유와 유제품을 통해서는 각각 20.3퍼센트, 14.8퍼센트, 닭고기와 돼지고기를 통해서는 각각 10.8퍼센트, 10.3퍼센트, 생선과 계란을 통해서는 각각 6.6퍼센트, 3.4퍼센트를 섭취했다.
▲ 식품의 환경 호르몬 농도. ⓒ이의철
환경 호르몬의 대표 격인 다이옥신은 각종 혈액암, 폐암, 후두암 및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이옥신은 고엽제(Agent orange)라는 제초제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는데, 다이옥신이 고엽제의 불순물로 섞여있었기 때문이다.
제초제와 농약 등 다양한 화학 물질의 대량 사용은 공장식 축산에 필수적인 사료용 곡물 재배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렇게 살포된 화학 물질들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고, 그것이 그대로 가축의 지방에 쌓이게 되면서 동물성 식품의 환경 호르몬 농도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만약 가축들이 곡물이 아닌 풀을 먹었다면 이렇게까지 농도가 올라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장관에서 식이 섬유가 지방 성분과 함께 환경 호르몬을 대변으로 배설하고, 환경 호르몬이 저장되는 체내 지방 축적도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 호르몬은 인류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인체의 내분비계는 미량의 호르몬 농도 조절로 다양한 생리 작용을 조절하는데, 환경 호르몬은 이런 조절 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유전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먹이 사슬 오염의 경우 모유 수유를 통해 영아들은 평생 최대 권장량 수준의 다이옥신을 섭취하고, 성인의 일일 섭취 허용량의 5배 수준의 환경 호르몬을 섭취하게 된다.
신종 전염병
가축들이 비좁은 공간에 밀집 사육되는 공장식 축사는 신종 전염병의 용광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09년 전 세계를 공황에 빠트린 신종 인플로엔자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유전자형이 H1N1인 돼지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고병원성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까지 감염을 일으킨 사례로, 2009년 4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전 세계 214개 국가에서 1만8337명의 사망을 초래랬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진원지를 두고 미국과 멕시코가 서로를 지목하고 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가 국경 지역 공장식 돼지 사육 시설과 관련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는 돼지, 사람,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어서 돼지와 사람이 밀집해 있는 축사는 언제든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는 도가니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공장식 축산은 그 특성상 ①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시키고, ②밀집 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③햇볕과 신선한 공기가 차단된 사육 공간은 자외선의 바이러스 살균 효과도 차단하여 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을 늘리고, ④분뇨 더미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 가스로 가축의 호흡기가 손상돼 감염에 더 취약하게 하고, ⑤대량 생산에 뒤따르는 원거리 수송에 의해 질병을 확신시킬 수 있어 새로운 전염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전 세계는 상시적인 신종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공장식 축산은 전혀 다른 종류의 전염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1985년 뇌에 스폰지처럼 구멍이 발생하면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광우병이 처음으로 보고됐다. 1987년 역학 조사를 통해 소나 다른 동물의 사체를 갈아 만든 사료가 원인일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영국 정부는 2년간 역학 조사 결과를 은폐하고, 1993년 인간광우병 첫 사례가 발생하고 3년이 지나서야 광우병에 걸린 소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 사이 광우병 발생 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1992년까지 영국에서만 12만 마리에 이르렀고, 인간 광우병은 2011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25명이 발생했다.
광우병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치료법도 없고, 병원 물질인 ‘변형 프리온’을 무력화시킬 방법 또한 없다.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광우병의 발생 원인이 된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하고, 광우병을 의심할 만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소들의 도축을 금지하고, 이러한 조치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지역의 소고기가 유통되지 않도록 하거나 최소한 프리온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부위만이라도 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지금까지 희생된 225명,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희생자 모두 이윤을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여기는 공장식 축산이 지속되는 한 우리는 인간광우병의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광우병과 같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이기적이게 우리자신의 건강과 생존의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현재의 상황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암, 심혈관 질환, 각종 염증성 질환, 식중독, 대제내성균, 신종 전염병, 환경 호르몬 오염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어느 것 하나 공장식 축산과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 가축들의 건강을 위해서 축산과 농업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의철 (의사·베지닥터 사무국장/건강과대안 회원)
이 글은 프레시안 2012년 12월 28일자에 실린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