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너지 음료? 고카페인 음료! 이대로 괜찮은가?

지인들과 종종 가는 전통주점에 새로운 메뉴가 하나 생겼다. 다름 아닌 요즘 음료시장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일명 ‘에너지 음료(실상은 고카페인 음료이다)’ 핫식스. 홍대나 이태원의 클럽에서 ‘마나포션’, ‘예거밤’ 등 술과 에너지 음료를 섞은 폭탄주들이 인기몰이를 하자 급기야 전통주점에서도 막걸리, 동동주와 함께 에너지 음료가 메뉴판에 자리를 잡았다. 소셜 커머스에서는 에너지 음료가 ‘떴다 하면 매진’, 시험기간에 학교 근처에서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라고 한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시험기간이면 밤을 새기 위해 ‘붕붕드링크’ (에너지 음료와 이온음료를 섞은 것)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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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고(高)카페인 음료시장은 미국과 오스트리아에서 약 140억달러(15조원) 정도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4%씩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11년 1월 2억 5천만 원어치가 팔렸던 고카페인 음료가 2012년2월 30억 원어치나 판매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판매 성장이다. 박카스1)의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된 지 1년 남짓 되었지만 정작 편의점의 스테디셀러인 커피음료를 제치고 단연 판매 1위를 차지한 것은 고카페인 음료들이었다. 제약, 식품업계에서 너도나도 새로운 카페인 음료를 출시하느라 바쁠 만하다. 

진짜 에너지 음료인가 ?

에너지 음료라 일컬어지는 고카페인 음료의 주성분은 타우린과 천연카페인(과라나 추출물)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각성작용을 한다. 한 마디로 화학적으로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일시적으로 잠을 쫓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업계는 보다 건강해 보이는 ‘에너지 음료’라는 제품명을 사용하고, 제품의 주 표시면에 ‘커피로 되겠습니까?’, ‘졸음 해소, 기력 충전’ 등의 홍보 카피를 하고 있다. 체력을 회복하는 기능이 있는 듯한 과장광고로 소비자의 오인을 불러오는 것이다. 심지어는 ‘유기농’, ‘천연’ 이라는 단어로 포장해 다른 음료에 비해 건강에 더 좋은 것처럼 광고를 하기도 한다. 

물론 카페인은 오래 전부터 인류가 섭취해온 물질로 외국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 (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분류되고 있으며, 임상에서는 편두통 치료제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고카페인 음료에 카페인과 타우린이 인체에 (특히 소아, 청소년, 임산부 등에게) 유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이 들어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라나 등에서 추출한 천연카페인 성분은, ‘콜라형 음료2)’를 제외한 제품에서 성분표기와 관련된 어떠한 규제도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시중 대부분의 고카페인 음료에는 성분에 카페인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과라나 추출물’이라고만 표기되어 있거나, 그조차 아예 표기되어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함량표시나 경고문구가 전무한 것은 일반적이다3).

출처에 따라 조금씩 카페인 함량 조사치가 다르기는 하나, 녹색식품연구소 발표를 인용하여 현재 고카페인 음료의 카페인 함량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중인 고카페인 음료 7종의 카페인 함량은 1캔당 최소 47㎎에서 최대 138㎎으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그것(82~167㎎)과 맞먹는 양을 보였다4).(박카스 1병의 카페인 함량이 30mg인 점을 염두에 두자.) 이중에서 삼성제약의 ‘야(YA)’에서는 138.2㎎의 카페인이 함유돼 다른 제품에 비해 카페인 함유량이 최대 2.9배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정식 수입되고 있지 않으나 인터넷이나 보따리상에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는 ’몬스터 에너지’의 경우 한 캔(473ml)에 160mg의 카페인과 2000mg의 타우린이 들어있다. 그야말로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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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청소년 고카페인 음료 이용 실태조사 결과, 2012

어린이, 청소년은 카페인 무방비 노출

식약청에 따르면 카페인 일일섭취 권장량은 성인의 경우 400㎎, 임산부의 경우 300㎎,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우 체중 ㎏당 2.5㎎이하로 제한돼 있다. 성인에게 평균적으로 하루 커피 1~2잔 정도는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권장량 이상의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 불면증, 식욕부진, 불안, 구토, 정신착란, 흥분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또한 고카페인 음료의 주요성분인 카페인과 타우린은 고함량으로 함께 복용할 경우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카페인은 내성이 있어 비슷한 각성효과를 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게다가 체중 50kg의 청소년은 카페인 일일 섭취권장량이 125mg이므로(kg당 2.5mg), 하루 커피 1잔, 고카페인 음료 1캔만 마셔도 권장량을 초과하게 된다. 성장기 어린이 및 청소년에게 고카페인 섭취는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 외에 칼슘흡수 불균형, 저골밀도 및 골다공증 등을 추가로 유발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규제는 미약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카페인 음료는 대부분 탄산음료로 분류되며, 이들 음료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상 ‘어린이 기호식품’에 해당된다5). 또한, 고카페인 음료는 커피와 달리 청소년 섭취에 대한 부모들의 경각심마저 부족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섭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카페인 무법지대’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2년 9월 21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와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전국 5405명의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카페인 음료에 대한 소비실태를 조사한 결과, 중고등학생의 카페인 소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39.6%의 중고등학생이 지난 한 달간 고카페인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으며, 20일이상 소비하였다고 응답한 경우는 4%로 나타났다. 하루에 한 병이상 소비하는 경우는 18.0%, 하루 최대 20병까지 마신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중고등학생들은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로 53.3%가 잠을 쫓기 위해, 32.3%가 피로를 가시게 하기 위해 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피로회복 효과보다는 불면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졸음이나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경우는 19.7%에 불과했고 60.5%의 학생들은 아침 기상이 어려우며, 46.3%가 늘 피로한 증상을 호소했다. 그 외에 18.9%는 불면, 17.3%는 어지러움 등을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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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청소년 고카페인 음료 이용 실태조사 결과, 2012
 
시급한 규제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각성제의 일종인 카페인을 남용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너지 음료’의 정체와 카페인 과다복용의 위험성 등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급자들에 대한 시급한 규제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상당수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남용이 그 위험성에 대한 무지가 아니라, 시험과 각종 경쟁으로 인해 위험을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명 일간지에는 중학생이 직접 쓴 청소년의 고카페인 음료 복용 실태에 관한 글이 실리기도 했다. 시험 성적이 나쁘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은 카페인 때문에 심장이 좀 빨리 뛰고, 밤새 잠을 못자 키가 좀 덜 자라고, 좀 뚱뚱해 진다해도 그 어떤 어른보다 차라리 고카페인 음료가 자신들의 처지를 잘 이해해주는 것이라 여기고 있다. 

한편, 공급자 규제에 대한 외국의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카페인 과다섭취로 인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자 해당제품의 판매가 중단되었다6). 덴마크에서는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의사협회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금지를 요청했다. 미국에서도 고카페인 음료 부작용이 심각하여 2012년, 미 상원의원 3명은 미국식품의약품국(US FDA)에 고카페인 음료의 위험성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한편, FDA 등록과 성분명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여러 지방의회나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조례를 개정해 학교에서 고카페인 음료를 못 팔게 하거나 청소년에게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고카페인 음료를 규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회와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 고카페인 음료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와 복용 실태조사 및 청소년 카페인 복용의 안전성과 유해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고카페인 음료의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와 판촉활동을 규제하고 학교매점 및 우수판매업소에서 판매를 금지시키는 내용의「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다.

바쁘니까 청춘? 더 큰 매의 눈의 필요하다.

어디 청소년뿐일까?. 취업 준비생, 직장인 할 것 없이 밤잠 쫓아내고 억지로 능률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우리 모두 카페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바쁘니까 청춘이다. 청춘차렷!’ 이라는 ‘핫식스’의 광고문구를 곱씹어 본다. 으레 ‘바쁘기 마련인’ 청춘들은 정신 차리기 위해 고카페인 음료라는 스마트한 선택을 기꺼이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가벼운 위로를 던지며 88만원 세대에게 손을 내미는 듯 하지만 실은 그들을 아픔으로 내모는 구조적인 문제에 눈감고 있는 이 시대가 그러한 광고를 허락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고카페인 음료를 파는 기업들은 이러한 아픔에 편승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저기 부작용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 등 정부 차원에서까지 청소년들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에 대한 주의보를 내린 와중에도 기업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마케팅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핫식스 대용량’ 캔 제품을 출시하면서 카페인 함량을 40% 가량 늘리기도 했고, 세계2위 에너지 음료인 ‘몬스터’를 들여왔다. ‘레드불’사 관계자는 “고 카페인 음료와 관련한 입법 추진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본사 방침에 따라 설명할 내용이 없다”며 “레드불 홍보를 위해 진행해온 익스트림 스포츠나 문화행사 후원도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두드러지는 것은 제약업계의 앞다툰 시장 참여다. “약을 껌처럼 팔고 싶다”는 머크사의 핸리 개스덴의 말처럼 이제 제약업계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더 접근이 용이하고 자극적인 고카페인 음료를 만들어 거대한 이윤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자본의 더 큰 보편적인 시장을 향한 탐욕은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다. 당장 고카페인 음료를 마실 수밖에 없는 교육의 현실, 무한 경쟁과 고용불안정의 문제까지는 차치하더라도, 건강을 위협받지 않아야 할 권리의 차원에서 우리는 건강을 이윤으로 맞바꾸는 자본에 대하여 더 큰 매의 눈으로 감시와 규제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수정(건강과대안 의약품과건강팀)

<미주>
1. 박카스에 함유된 카페인은 합성 무수카페인이다. 약사법 21조에서 30mg이상 초과하는 무수 카페인 함유량의 자양강장제는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으로 품목허가하고 있다. 박카스는 약국 외 판매 허용과 함께 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었다. 무수카페인과 천연카페인의 차이에 관한 자세한 연구 결과는 없으나, 약리작용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식품첨가물공전에서 ‘콜라형 음료’의 정의는 ‘콜라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원료를 함유하여 제조된 콜라원액에 그 밖의 식품 및 첨가물 등을 혼합하여 제조된 음료와 이것과 외관(맛, 색상 등)이 유사한 형태의 탄산음료’를 말한다. 콜라형음료는 콜라자체의 카페인에 추가로 카페인을 더 첨가한다. 콜라형 음료의 카페인 사용량은 0.015%이하로 규제하고 있다. 시중의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들은 콜라형 음료가 아니다.

3. 2013년 1월 1일부터는 ‘식품 등의 표시기준’의 개정에 의해 1ml당 카페인 0.15mg 이상(250ml 제품당 37.5mg 이상) 함유한 식품에 ‘고 카페인 함유’ 및 총 카페인 함량을 표기하고 ‘어린이, 임산부에 대한 섭취 자제 주의 문구’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4. 핫식스의 카페인 함량이 원래는 250㎖ 캔 기준 80mg이었으나, 고카페인 에너지음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식약청이 카페인 함량을 줄일 것을 권고했고, 핫식스의 카페인 함량 역시 기존대비 20mg 줄어들었다.

5. 천연카페인의 규제가 어려운 것은 단순히 식품으로 분류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커피, 녹차, 콜라 등의 카페인도 함께 규제되어야 하는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6. 프랑스에서 레드불 복용 후 농구를 하던 청소년이 사망한 사례가 있어, 2008년까지 레드불 판매를 금지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고카페인 음료 전체에 대한 금지가 아니라 ‘레드불’ 한 품목이었다는 점이다.
* 위 글은 이수정 회원이 지난 2012년 10월 발간된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에 기고한 글을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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