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5일 국민대 김환석 교수님을 모시고 11월 회원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생물학적 환원주의와 사회학적 환원주의를 넘어서’입니다.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이 되는 해이었기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윈주의와 진화론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가 적었던 나라입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전부터 ‘통섭’이란 개념이 대중적으로 유행하면서 ‘사회생물학’ 혹은 ‘진화심리학’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살펴보면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행복한 만남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마련했습니다.
김환석 선생님은 발제를 통해 리처드 도킨스나 최재천 류의 사회생물학 혹은 진화심리학은 자연과학적 환원주의로 인간과 사회를 분석하려는 방법론적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시면서, 이는 사회과학의 자연과학으로의 통일을 지향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소통 혹은 교류와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과학 역시 그간 이분법과 사회과학적 환원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하시면서 사회과학 역시 자연과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사회 분석에 환원주의적 경향을 가졌던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라투르의 비환원주의적 관점을 원용해 ‘합생’의 방법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김환석 선생님의 발제 후 이런 저런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한국사회에서 ‘통섭’을 비롯한 사회생물학적 개념이 폭발적으로 대중화될 수 있는 토양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회생물학 주창자들이 대중적인 글쓰기를 잘 해서, 과학적 환원주의 자체가 단순한 논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중적 코드에 맞아서, 무언가 최신지견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등등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생물학 담론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회생물학이 인종 차별, 남녀 차별 등 보수적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비판되었는데, 한국적 상황에서는 이 논리의 주된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복잡한 현실의 단순화, 문제 해결 방식의 단순화의 위험성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사회생물학적 주장이 환원주의로 치부될 수 있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현상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이론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환원‘주의’로 불릴 만큼, 모든 현상을 이로 다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는 문제 제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 사회생물학은 분명히 ‘통일성’ 혹은 ‘환원성’의 지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폭력적이다라는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사회학적 환원주의에 대해서는 더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그간의 사회과학이 환원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도매급으로 환원주의로 몰아갈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물론 그러한 측면이 있지만 분명히 그간의 사회과학은 환원주의적 ‘경향’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고, 더 큰 문제는 자연과 사회의 이분법에 근거해 ‘자연’을 분석과 해석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결함이 있었다는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환원주의를 화두로 현재의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