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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미치는 효과

경제위기가 중장기 국면으로 접어듬에 따라 세계 여러 곳에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앞장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고, 기업은 그러한 정부의 선동에 맞장구치며 ‘정리 해고’의 칼날을 벼리고 있다. 2009년 초반부터 심화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정리 해고 문제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정리해고 등 다양한 구조조정은 노동자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이는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는 과정이었던 지난 30년간 전세계적으로 동일하게 확인된 결과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객관적 사실을 외면한 채 노동자들과 그 가족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이에 최근 Internati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에 실린 구조조정의 건강 영향에 대해 리뷰한 논문을 요약 번역하여 게재한다.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기업의 선택은 구조조정 외에 다른 대안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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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한 헌신에의 강요 남용 :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자 건강 및 안전에 미치는 효과

 

Michael Quinlan and Philip Bohle
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Services, Vol 39(1), 1-44, 2009.

 

1970년대 초반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서 노동의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고용주의 주요한 행태 변화가 있어 왔다. 그러한 변화 중 하나가 대기업과 공공 부분에서 이루어진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은 종종 외주화, 사유화, 임시직 사용의 증가 등 다른 수단과 함께 사용되어 노동자의 직업불안정성을 증가시켰고, 노동 과정에 변화를 가져왔으며(노동 강도 강화, 다기능화 등), 경영 행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구조조정은 새로운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청이나 재택근무와 달리 노동안전보건 문제와의 관련성에 대해서 연구가 부족했다. 이 논문의 목적은 지난 20년간의 연구 결과를 검토함으로써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안전보건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논문은 정책 담당자가 어떻게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안전보건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반응해 왔는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고삐 풀린 노동 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동의 질을 무시한 결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규제 체계는 기껏해야 이러한 문제 중 극히 일부분에 대해 언급할 뿐이다. 이와 같은 과학적 증거와 정책의 불일치에 대해서 긴급한 관심이 필요하다.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안전보건에 미친 영향은 비정규 고용의 전지구적 영향이라는 더 큰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최근 구조조정/직업불안정과 비정규 고용의 증가가 노동안전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8년전 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 검토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93개의 연구 중 80% 이상의 연구가 이와 관련된 악영향을 증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 연구 이후에 이루어진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안전보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고, 하청과 재택근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완하였다.

 

연구 방법(생략)

 

연구 결과 및 고찰

 

직업불안정과 구조조정의 영향은 매우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86개의 연구 중 73개(85%)에서 이와 관련된 부정적 영향이 확인되었다. 7개에서는(8%) 양쪽 영향이 다 확인되었고, 5개 연구(5.8%)에서는 아무 영향도 확인되지 않았고, 오직 한 개(1.2%)의 연구에서만 긍정적 영향이 확인되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은 노동자의 건강과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다.

 

한편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의 영향은 젠더와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스웨덴의 소매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많은 노동자들이 더 많은 악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직업에 헌신적인 이들일수록 이러한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양한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도 축적되고 있다. 감염성 질환의 증가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조조정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이 병을 참고 일하다가 위험을 키운 것일 수 있다. 약물 사용이나 알코올 소비량 증가에 대한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구조조정이나 직업불안정이 증가함에 따라 관리자가 노동자를 무시하거나 학대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것의 건강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아직까지 연구가 부족한 영역들도 있다.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자 건강과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기전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하다. 건강 이외의 결과 변수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 단지 8개의 연구(10%)만이 사고, 직업관련 폭력, 노동안전보건 지식 및 순응도 등에 대해 연구했다.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은 직업성 사고와 폭력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많다. 인력 감소, 노동강도 강화, 다기능화, 직무 재조정, 경영상의 문제 등이 그러한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압력 때문에 노동안전보건 교육 약화, 지식 및 인식 저하, 규제 순응도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특수고용, 재택 근무, 임시직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연구들이 부족하지만 이루어진 데 반해,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이러한 연구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구조조정이 사고 증가 등 안전에 미치는 영향,  직업성 폭력/희롱/학대(성 희롱 포함)에 미치는 영향, 노동안전보건 경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한편 양적인 연구는 많은데 비해 질적인 연구가 부족한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질적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질적 연구는 구조조정, 직업불안정이 노동자의 태도, 행태, 노동 양상, 건강 및 안전에 미치는 미묘한 영향을 알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한편 연구 대상 집단의 산업이 제조업, 보건의료산업, 공공 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다른 산업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운수업, 건설업, 광산업, 서비스업 노동자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직업불안정의 조직적 자원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이 남아 있는 노동자의 고용 계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러한 계약이 직업불안정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갱신되었는지 혹은 감소시키는 쪽으로 갱신되었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유용할 것이다. 다른 형태의 구조조정이 각각의 노동 과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직업불안정 연구에 얼마만큼의 임시직 노동자가 포함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구조조정시에는 정규직이 임시직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규직도 다양한 기전에 의해 직업불안정성이 증가할 수 있다. 반복적인 구조조정 사이클, 비정형적이고 두루뭉술한 구조조정, 외주화, 사유화, 경쟁 강화 등이 단독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정규직의 직업불안정성에 영향을 끼친다.

 

향후에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다른 변화(외주화, 사유화, 임시직 사용의 증가)가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를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노동자에게 영향을 끼쳐 노동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부가적인 교육훈련, 행정 사무 증가, 감시감독 업무 증가, 보다 긴 노동시간에 대한 압력 등에 시달릴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임시직 고용 및 하청의 증가가 살아남은 정규직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직들도 상당한 정도의 직업불안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건강 영향을 비교할 때 이러한 노동시장 유연성의 증가 경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영향은 공중보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인력의 감소, 노동시간의 변화, 환자 구성의 혼합, 질 낮은 인력의 고용 증가 등은 업무 오류 증가, 병원 감염률 증가, 보고 체계 및 감시 체계의 약화 등을 초래하여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조조정, 직업불안정의 증가 등이 어떻게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지 정신심리적 기전이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요인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적/보상 압력, 조직의 해체, 규제 실패 등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가설을 지금까지 하청 및 임시직 노동자 증가와 관련해서 검토해 보았는데, 이러한 가설은 구조조정/직업불안정 증가에도 적용가능하리라고 본다.

 

첫 번째 요인인 경제적/보상 압력은 명확히 직업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 구조조정은 더 많은 노동량, 노동강도, 노동시간 등을 견디게 하고, 아파도 일하게 만들며, 보상되지 않는 노동에 종사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아파도 일하게 되면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에도 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일/생활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험한 일을 맡게 되는 경우도 존재하게 된다. 구조조정 상황에서 경영자들은 안전보건과 관련된 관심과 예산을 거두게 되고, 그에 따라 노동자 안전망이 위협받게 된다.

 

두 번째 요인인 조직의 해체는 교육훈련 체계, 감시체계 등을 붕괴시키고, 공식적, 비공식적 정보 흐름을 분절화시킨다. 스웨덴의 보건의료산업 부문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구조조정시에 의사/간호사간 불신, 분노가 증가하고 협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노동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업무를 계획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세 번째 요인인 규제 실패는 최소 노동 기준을 준수하고, 고용자의 책임을 다 하며, 법적 기준을 지키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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