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파머의 책을 건강세상을위한 치과의사회 전북지부에서 하나 더 번역을 하였습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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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과 불평등
폴 파머(지은이), 건치 전북지부(옮긴이), 신아출판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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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오(치과의사, 감염과불평등 공동번역자)
이 책은 폴 파머의 저작인 ‘권력의 병리학’의 전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의사이면서 인류학자이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배경을 통해 끊임없이 제도적 폭력에 대한 통찰을 시도한다. ‘감염과 불평등’에서 파머는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구체적으로 결핵과 에이즈,을 연구하여 그들의 고통이 단순한 생물학적 병변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폭력에 의한 것임을 밝힌다. 또한 이러한 구조적 폭력이 문화적 차이라는 담론에 갇히는 상황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이러한 그의 논의는 이후 저작인 ‘권력의 병리학’에서 ‘인권’이라는 주제로 구체화된다.
‘감염과 불평등’의 주된 논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질병에 담겨있는 사회적 편견의 실체와 진실이다.
흔히 ‘하늘의 형벌’이라 칭하는 에이즈를 통해 사회적으로 만연한 잘못된 담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에이즈는 고혈압이나 당뇨와 똑 같은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도덕관념이 결합된 사회적 편견을 받고 있는 질병이다.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서구인들 특히, 미국인들은 아이티인들에게 에이즈를 유발하는 국민들이라는 굴레를 덧씌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인들이 아이티에 관광입국을 통해 퍼뜨린 것이 진실임을 저자는 고발한다. 또한 기존의 에이즈에 담겨있던 편견인 동성애를 통한 감염이 터무니 없음을 지적하고,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여성들의 현실을 철저한 현지조사를 통해 지적한다.
둘째, 질병의 지속요인에 대해 고찰한다.
파머는 질병의 발병과 지속 그리고 분포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구조적 폭력을 지목한다. 특히, 결핵을 통해 저자는 이러한 논지를 견지한다.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들은 결핵에 이환되기 쉬워진다. 하지만, 쿠데타를 비롯한 정치적 폭력으로 인해 공공의료체계가 무너짐으로써 빈곤한 이들은 분명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어간다. 또한, 공공의료체계가 건재하더라도, 페루의 사례처럼, 내성결핵으로 발전한 환자에게 신중한 처방(약 감수성 테스트를 통한 병용요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내성이 있는 약을 그대로 처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해 감염질병의 대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인류는 쥐었지만 빈곤한 사람, 부자인 사람 할 것 없이 평등하게 쓰지 않는 현실이다. 때문에 간단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구조적 폭력이라 불리우는 장애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들은 빈민들일 수밖에 없다. 아이티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하였지만, 아이티보다 잘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한국에서도 똑 같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내성결핵의 사례에서 특히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질병을 생의학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들을 포함하여 관찰해야만 함을 ‘감염과불평등’은 강조한다.
셋째, 질병에 대처하는 우리의 행동에 대해 충고한다.
‘사고는 사회과학적으로, 행동은 생의학적으로’ 이는 ‘치료 보다는 예방’, ‘질병을 고치기 전에 행동거지를 고쳐라’ 그리고 ‘현대의학에 대한 러다이트식 비판’ 등으로 해결하기 힘들고, 매우 엄중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 지침을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현대 의학이 공평하지 않은 분배방식으로 인해 빈민들을 비롯한 모두에게 제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이용을 의료인 스스로가 해야만 함을 파머는 지적한다. 왜냐하면, 결핵의 유병율이 높아지게 만든 원인은 구조적 폭력에 의해서 현대 의학이 올바르게 쓰이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지만, 이를 해결할 방식 또한 현대의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빈민들의 질병과 이를 해결할 분배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의료인들이 취해야 할 행동지침을 마련해 준 것처럼 보였다.
넷째, ‘비용대비 효과’에 대한 비판이다.
결핵을 다루는 나라들, 특히, 감염과 불평등의 무대가 되는 아이티에서도 비용대비 효과라는 전제는 치료를 막는 담론이 되어왔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비용대비 효과라는 담론에 막혀, 치료받지 못한 결핵환자들이 내성결핵으로 발전하여 더 큰 비용이 들어감을 저자는 생생하게 고발한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몇 년 동안 복지와 성장을 제로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한국의 여론 주도층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아이티는 식민지와 독재체제,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의한 국민들 삶의 황폐화 등을 겪었다. 아이티인들이 겪은 역사와 현재의 삶은 비록 정도는 다르지만 현재 한국인들의 삶과 역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결론적으로 파머는 에이즈와 결핵이 만연한 아이티의 사례를 통해 질병의 원인과 그 결과는 구조적 장치에 의에 결정이 되며 피해는 주로 빈곤층이 떠 앉게 됨을 얘기한다. 이같은 파머의 주장은 신자유주의 등장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가 건강권까지 위협하는 한국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이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한국도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는 결국 가난한 사람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