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동성애혐오성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에
학교 책임이 없다는 반인권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한다!
수신 : 각 언론사 정치, 사회부 기자
발신 : 성명서 연명 단체 담당 : 동성애자인권연대 홈페이지 : www.lgbtpride.or.kr / 이메일 : lgbtpride@empas.com 전화 : 070-7592-9984 / 팩스 : 02-334-9984 |
동성애혐오성 집단 괴롭힘으로 인한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살에
학교 책임이 없다는 반인권적 판결을 내린 대법원을 규탄한다!
한 청소년 성소수자가 동성애혐오성 집단 괴롭힘 때문에 자살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책임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8월 5일 대법원은 동성애혐오로 인한 괴롭힘과 폭력이 아무 문제가 없으며, 계속되는 폭력을 모른 체한 담임교사 및 학교에도 책임이 없다는 반인권적인 판결을 내렸다.
중학교 시절 남학생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이 청소년은 남자고등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뚱녀”, “걸레년”이라는 욕설을 듣고 지우개가루를 뿌리는 등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메모를 작성했다. 학교에서 실시한 인성검사에서도 자살충동이 매우 높게 나타났지만, 정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학교는 집단 괴롭힘에 대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부모에게 자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우울감을 겪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리면서 전학만을 권유했다. 자살 이후, 부모는 아들이 다니던 학교를 운영하는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담임교사와 학교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그가 당한 집단 괴롭힘이“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 괴롭힘에 이를 정도”는 아니고 따라서 담임교사가 자살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없었다면서 학교 측의 책임이 없다고 한 것이다.
다 들리는데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해대는 욕들을 듣고, 물건을 숨겨놓고,지나가다가 스친 것을 더듬는다고 소문을 내고, 식권을 빼앗아 던져버리는, 이것이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악질, 중대한 집단 괴롭힘”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집단 괴롭힘이란 말인가. 그가 받았을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 담임교사가 집단 괴롭힘이 있음을 알고도 가해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피해학생에게 전학을 권유한 것은, 문제의 책임을 성소수자인 그에게 돌린 것 아닌가. 자신의 존재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다면 그 누가 살고 싶은 마음이 들까.
청소년 성소수자가 가지는 사회적 지지기반은 매우 취약하다. 학교, 가정, 일터, 또래 집단 그 어디에도 안전한 공간을 찾기 쉽지 않다. 2006년의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자살시도를 한 경험이 있는 경우가 응답자의47.4%로 매우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전체 청소년 가운데 자해 행위나 자살을 기도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이 10% 정도인 것에 비해 거의 다섯 배가 높은 수준이다. 동성애혐오성 괴롭힘은 교육과 배움의 기회를 박탈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의 역할은 중요하다.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을 포함해 집단 괴롭힘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며, 차별과 배제의 한 형태이다. 이는 피해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영국은 ‘안전학교정책’을 통해 학교가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에 대응할 법적인 의무를 지니도록 한다. 핀란드 교육부는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을 포함한 괴롭힘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각 학교들에 무료로 배포하였다. 한국에서도 학교 내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용인하고, 신체적 괴롭힘이 아닌 집단 괴롭힘은 사소한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인권적인 판결이다. 한 개인이 하는 놀림이나 괴롭힘은 사소할 수 있지만, 그 사소한 공격을 집단 대다수가 할 때는 죽고 싶은 만큼 괴로워진는 것이 집단 괴롭힘 문제의 본질이다. 집단 괴롭힘 문제의 이러한 지점을 이해하지 못한 이번 판결은 왕따 문제 등 학교폭력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이 판결을 내린 김신 대법관은 노골적으로 기독교 편향 때문에 인사청문회부터 논란이 컸다. 이 같은 반인권적인 판결을 내린 그가 개인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소수자의 몫’으로 대법관이 되었다는 것은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반인권적 판결을 내린 김신 대법관은 대법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이번 판결이 선례로 굳어진다면 성소수자에 대한 폭력과 집단 괴롭힘을 학교가 방치할 수 있는 핑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대법원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집단 괴롭힘을 방기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자성할 것을 촉구한다. 더불어 교육청 및 각급 교육기관은 학교에서 소수자 학생에 대한 혐오와 폭력, 집단 괴롭힘 때문에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2013년 8월 13일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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