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수, 노동을 변호하다]<20>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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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9-20 오전 10:16:51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정국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전직 국정원장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기소한 검찰을 두고 청와대 등 권부의 핵심이 ‘불편했다’고 한다. 검찰이 착실한 수사를 통해 밝혀낸 정황들은 누가 보더라도 국정원이 지난 2012년 대선, 총선 과정에서 무리한 선거 개입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검찰의 정당한 기소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기소를 잘못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쫒겨났다.
김선수 변호사가 설명하는 사례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피해를 보게 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예사롭지 않게 읽히는 글이다. ‘검찰의 역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편집자)
재단법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라 함)는 주류제조회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사단법인 대한주류공업협회가 공익사업의 하나로 추진하여 2000년 2월 국세청장, 대한주류공업협회장, 주류회사의 대표들, 관계 전문가 및 사회저명인사 68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발기인대회를 개최한 후 2000년 4월 26일자로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법인이다. 알코올 관련 학술연구 및 역학조사를 실시하여 개인ㆍ가족ㆍ지역사회의 알코올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고 알코올중독자를 치료하며, 우리나라 음주문화에 토대를 둔 알코올문제예방 프로그램과 알코올중독 진단ㆍ치료ㆍ재활 프로그램을 연구개발 및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센터는 주류제조회사들이 매년 출연하는 50억 원을 주요 재원으로 하여 여러 사업을 전개하였다. 2004년에는 일산에 알코올중독자 전문병원인 카프(KARF)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했다. 카프병원은 국내 최초로 다학제 접근 등을 통해 알코올중독 치료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함과 동시에 지역재활사업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알코올중독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거주시설을 제공하고 직업재활서비스까지 제공했다.
국세청은 2006년 초에 국세청 퇴직자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연구센터의 사업비를 전용하여 주류현황 연구 및 주류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단법인 한국주류연구원(이하 ‘주류연구원’이라 함) 설립을 기도했다. 연구센터의 직원들은 2006년 후반기에 주류연구원 설립 추진에 관한 문서를 입수하고, 생존권 확보를 위한 활동을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소속으로 노동조합(이하 ‘연구센터노동조합’이라 함)을 결성했다. 피고인은 연구센터노동조합의 위원장이다.
연구센터노동조합이 강력하게 항의한 결과 2007년 3월 15일 연구센터노동조합과 주류회원사 대표 및 사단법인 대한주류공업협회 회장 사이에 연구센터에 대한 출연금은 매년 50억 원을 분기별로 분할 지원하고, 주류연구원 설립은 연구센터노동조합과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합의되기 전에는 추진하지 않으며, 주류연구원은 연구센터와 관련된 사업은 추진하지 않고, 향후 연구센터 출연금을 중단시키는 시도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로 합의했다. 국세청은 같은 날짜로 위 합의사항 이행에 대한 행정지도를 공문으로 약속했다.
연구센터노동조합은 2007년 6월 말경 주류연구원은 주류산업 발전만을 연구하며 연구센터 출연금 관련 합의사항을 정관에 명시한 것을 확인하고 주류연구원의 설립에 동의를 해주었고, 주류연구원이 출범했다. 주류연구원 설립 후 연구센터 출연금은 주류연구원을 통해 지원하도록 하였는데, 주류연구원은 2010년에 예정된 50억 원 중 30억 원의 출연금을 지원하지 않았고, 2011년에도 연구센터에 출연금을 지원하지 않다가 2011년 2월경 해산했다.
2008년 11월 3일 취임한 연구센터 이사장(피해자)은 2010년경부터 연구센터 건물을 매각하고 카프병원 사업을 정리하는 방안을 이사들과 직원들 모르게 시작했고, 2011년 초경부터는 연구센터 출연금 축소, 연구센터 건물 매각, 카프병원 사업 포기 및 예방사업의 축소, 재활본부의 법인 분리 등 연구센터를 사실상 해체하려는 시도를 추진했다. 2011년 1월 일산병원장이 신년조회에서 연구센터의 건물을 매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연구센터 이사장이 2011년 2월 17일 정기이사회에서 연구센터재정건실화추진위원회(약칭 ‘재건위’)를 만들어 위와 같은 방침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연구센터노동조합은 위와 같은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재건위는 연구센터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연구센터 내부 위원 3명, 외부 이사 6명, 총 10명으로 구성되었다.
연구센터가 건물을 매각하고 카프병원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300만 명에 달하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폐해를 줄이는 등의 사업을 하고자 하는 연구센터의 설립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카프병원에 근무하는 연구센터 직원들의 고용불안 및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다. 연구센터 사업에서 병원과 재활본부를 제외하면 예방과 연구만 남게 되는데, 예방과 연구만으로는 독자적으로 자립을 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연구센터를 해체하자는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다.
연구센터노동조합은 이사장의 위와 같은 시도를 파악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결과 65명의 정규직원 중 64명으로부터 건물매각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이를 이사장에게 전달하였다. 그럼에도 이사장은 재건위를 구성하고 노사간 대화창구인 노사협의회도 거부하면서 이사회에서 이에 관한 의결을 받고자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연구센터노동조합은 이사장의 일방적인 건물 매각 추진의 부당성을 알리고 이를 저지하고자 조합원 총회를 통한 의견 취합,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의견서 제출, 국세청 앞에서 1인 시위, 결정권이 있는 이사들에 대한 설득 작업, 상급노동조합 및 지역시민단체와의 연대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 보건복지부 앞에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카프병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주최했다. 카프병원은 지난 2004년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목적으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고양시에 세운 알코올중독 치료재활연구 전문병원이다.음주문화연구센터 설립 주체인 주류업계가 지난 2011년부터 재정 지원을 중단해 지난 6월 사실상 운영이 중단됐다. 2013.8.5 ⓒ연합뉴스 |
고소의 경위 및 고소사실
연구센터노동조합은 2011년 3월 말경부터 연구센터의 감독기관인 국세청 본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통해 이사장의 연구센터 재산매각 및 재단 해체를 반대하는 홍보활동을 했다. 이사장은 2011년 3월 14일 10:30경 연구센터 건물 6층 대회의실에서 재건위 회의를 개최하여 건물매각 방침 등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했고, 이에 대해 노조원들은 건물매각의 부당성에 대해 홍보하기 위해 회의실 앞에 모여서 구호를 외쳤다. 당시 재건위원들 중에는 이사장의 건물 매각 시도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또 재건위의 구성에 대해서도 건물 매각을 합리화하기 위한 들러리로 보아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건물 매각에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재건위원들은 자발적 의사에 따라 회의에 불참했고, 이로 인해 재건위 회의는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개회조차 하지 못했으며, 대신 이사장 직무실에서 외부위원 4명 정도가 간담회를 갖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사장은 2011년 4월 21일 10:30경 연구센터 6층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개최하여 건물매각 등의 안건을 처리하고자 했다. 이에 연구센터노동조합은 건물 6층 계단식 강의실에서 임시조합원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이 회의실 앞에서 건물매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위 이사회에는 15명의 이사 중 6명만이 참석하여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개회조차 하지 못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가 제출한 연구센터 이사 및 감사 간담회 회의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사장은 2011년 7월 7일 10:30경 같은 장소에서 이사회를 재개최하여 건물매각 등의 안건을 처리하고자 했다. 연구센터노동조합은 건물 6층 계단식 강의실에서 임시조합원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원들이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쳤다. 위 이사회에는 이사장을 비롯한 8명의 이사와 감사 등 9명이 참석하여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50분까지 정상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장은 노동조합 위원장에게 이사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기로 약속했음에도 회의 초반에 약속을 위반하고 위원장을 출석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실 문을 닫고 이사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이에 조합원들이 위원장을 출석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차원에서 회의실 문을 두들겼지만, 이사장이 위원장을 회의실에 입장시킨 후에는 일체 그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위원장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제1호 안건과 제2호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하였고, 건물 매각을 포함한 연구센터 경영건실화 방안에 관한 제3호 안건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이사를 대리하여 출석한 공무원이 의결을 시도하면 퇴장하겠다며 강력하게 의결에 반대했고,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었던 이사장은 장시간에 걸친 논의 후에 의결을 포기하고 정상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러한 사정은 이사회회의록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편 연구센터는 건물매각 등을 추진하는 데 대한 근거를 마련하고자 연구센터 경영진단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립 방안에 대하여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아주대학교 교수가 연구자로 선정되어 연구용역을 수행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1년 8월 3일 용역담당 교수에게 이메일로 연구센터 건물 매각의 부당성에 관한 관련 자료를 보냈고, 조교에게 전화를 하여 관련 자료를 교수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으며, 8월 9일 교수를 찾아가 직접 설명했다. 위 교수는 연구센터로부터 용역받은 연구과제를 수행해서 정해진 기간 안에 결과를 제출했다.
이사장은 변호사를 선임하여 2011년 9월 15일자로 위원장인 피고인을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에 고소했다. 혐의사실은 ① 2011년 3월 14일자 업무방해, ② 2011년 4월 21일자 업무방해, ③ 2011년 7월 7일자 업무방해, ④ 연구용역수행에 대한 업무방해, ⑤ 국세청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면서 ‘이사장이 11월이면 임기가 만료됨에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연구센터의 재산매각과 연구센터를 해체하려 한다’는 취지의 피켓과 구호를 통한 이사장 명예훼손 등이다. 위 고소사건을 배당받은 일산지청의 검사는 일산경찰서에 수사지휘를 했다.
수사 및 약식기소
이사장은 고소를 제기하면서 재건위와 이사회 개최 관련 공문과 회의록, 연구용역 관련 자료와 피고인의 이메일 및 노동조합 작성의 문건 등의 자료,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장면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국세청 앞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는 피켓이나 구호 등을 증명하는 사진 등의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의뢰인은 고소를 당한 후 사무실을 방문했다. 경찰은 2011년 10월 8일 이사장을 불러 고소인 진술을 받은 후에 10월 25일 피고인을 소환했다. 의뢰인이 경찰에 출석하기 전에 사무실을 방문하여 신문 시 진술방향과 내용 및 주의할 점 등에 대해 조언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묵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 사건의 경우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는 것으로 보여서 사실대로 진술해도 무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위력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라고 했다. 국세청 앞 집회와 관련해서는 1인 시위를 하면서 부당성을 홍보한 사실만 인정하라고 했다. 피고인은 비교적 훌륭하게 진술했는데, 그럼에도 회의실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것이 못내 꺼림칙한 모양이었다.
경찰은 피고인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11월 29일자로 고소사실 중 ①, ②, ③항의 행위에 대해서는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④항에 대해서는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조교에게 전화를 하고 교수를 만난 사실만으로 ‘허위사실 유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업무방해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의견으로, ⑤항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집회 사실을 인정하나 이사장이 주장하는 구호를 제창한 바 없다고 변소하는데 고소인이 개별 채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어 1인 시위를 하며 피켓팅을 한 사실만으로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런데 이를 송치받은 일산지청의 검사는 아무런 추가 조사도 없이 경찰에서 송치되어 온 기록만을 토대로 2012년 1월 2일자로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를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 ④항의 행위를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다. 고양지원은 2012년 2월 2일자로 약식명령(2012고약3 판사 김현범)을 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2월 13일 송달받았다.
1심 재판의 진행
약식명령을 받고 바로 정식으로 선임계약을 체결한 후 2월 14일자로 정식재판청구서를 고양지원에 접수했다. 그리고 3월 8일자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4월 10일 첫 공판기일이 열린 이해 4월 24일, 5월 15일, 6월 14일 등 네 번의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결심했다.
매 기일마다 재판장이 진행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법정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다. 시차제 소환을 하기는 했지만, 소환한 시간에 정확하게 시작한 경우는 없었다. 한 번 공판기일이 열릴 때마다 한 나절을 완전히 빼앗겼다. 변호인인 내가 그러니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편하고 번거로웠겠는가.
첫 기일에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진술로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장은 증거인부와 증거신청은 다음 기일에 하겠다고 했다. 증거신청만을 위하여 한 기일을 공전하게 되므로, 일단 수사기관에서 조사한 이사장 진술조서를 부동의하겠으니 다음 기일에 바로 증인신문을 하자고 요청했다. 재판장이 이를 받아주어 한 기일을 단축할 수 있었다. 검사나 판사나 한 기일 더 진행하는 것이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얼마나 중대한 불이익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공판관여는 기소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가 담당했다.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고, 재판진행 과정에서 무리한 기소임이 드러나자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찰에서 유일하게 참고인으로 조사한 이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서 4월 24일 기일에 신문했는데, 이사장은 피해당사자의 지위에 있고, 업무방해 행위를 직접 목격하지 않고 직원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입증이 미진했다고 보았는지 재판장은 검사에게 추가입증을 요구했다. 증인신청만을 위해 한 기일 속행하려는 것을 우기다시피 해서 일단 증인을 채택하는 것으로 하고 그 사이에 특정해서 다음 기일에 신문하는 것으로 했다. 검사는 이사인 사무장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5월 15일 기일에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이사장은 사무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사무장은 오히려 이사장으로부터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해서 두 사람의 증언이 모순되기도 했다.
피고인 측에서는 이사회 출석을 방해받았다는 이사 몇 명으로부터 그런 방해를 받은 바 없고, 스스로 판단해서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진술서를 받아서 제출했다. 전반적인 경위와 업무방해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에 대해 노조원인 직원의 진술서를 받아 제출했다. 재판장은 검사에게 공소사실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검토할 것을 요구해서 다시 한 기일이 속행되었다. 그럴 바에야 피고인 측에서도 직원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굳이 피고인 측에서 증인까지 신청해서 반대입증을 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다음 기일에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기일에게 공소사실 중 ④항에 대해서는 철회를 했다. 기소검사는 아무런 추가 조사도 없이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 이 부분을 공소사실에 포함시켰는데, 결국 재판과정에서도 아무런 입증도 하지 못한 채 철회한 것이다.
7월 19일로 선고기일이 잡혔었는데, 한 번 연기한 후 8월 16일 1심 판결(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2. 8. 16. 선고 2012고정241 판결, 판사 하태한)이 선고되었다. 결과는 피고인 무죄였다. 아무리 보아도 피고인이 위력으로 이사회 등의 회의개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기일 진행에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을 배려하지 않은 점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충실한 심리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 고마웠다.
항소심 판결 및 확정
검찰이 워낙 말도 안 되는 기소를 한 것이기에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검찰은 기계적으로 항소했다. 항소이유를 받아보니 1심이 사실을 오인했다는 것이다. 수사기록과 1심에서의 증언만을 보더라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되었다는 취지다.
검사의 항소이유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고, 2012년 10월 12일 첫 기일에 출석해서 재판을 하고 바로 결심했다. 검찰이 추가로 증거신청을 해서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러지 않고 항소이유만 진술한 채 바로 결심했다. 왜 항소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1월 9일 항소심 판결(의정부지방법원 2012. 11. 9. 선고 2012노1716 판결, 재판장 판사 윤태식, 판사 권소영, 판사 이근철)이 선고되었다. 예상대로 항소기각이다. 검찰이 상고까지 할까 지켜보았는데,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검찰의 불성실하고 무리한 기소
기소검사가 왜, 무슨 근거로 이 사건을 기소했는지 모르겠다. 경찰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아무런 추가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가 재판과정에서 아무런 입증도 하지 못한 채 공소사실을 철회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나머지 기소부분도 고소인이 제출한 회의록 등만 제대로 살펴보았더라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를 인정할 수 없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약식기소를 하면 벌금 내고 말 것으로 생각했나? 많은 사람들이 정식재판 청구해서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 재판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이 많아 정식으로 다투어 보기를 포기하고 벌금을 내고 말지 않을까?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고 그 결과까지 왜곡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밝혀져 세간의 질타를 받은 바도 있지만, 그런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과 같은 불성실하고 무리한 검찰권의 행사를 경험한 국민이 검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까? 무리한 기소로 재판을 받으면서 정신적, 물질적, 금전적 고통과 손해를 입은 피고인이 그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은 없을까?
/김선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