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성애혐오를 조장하는 캠페인을 두고 봐서는 안 되는 이유
인권 옹호의 목소리를 더 멀리 퍼뜨리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지난 목요일 홍대 거리에서 청년비전아카데미가 ‘개념 청년들, 동성애를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반동성애 거리캠페인을 했다고 한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동성애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리고, 다음 세대와 가정을 건강하게 지켜 동성애 없는 거룩한 선진국”으로 나아가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란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대학가에서 “동성애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들을 만나 문제의식을 던지고,” ‘자녀를 둔 부모가 알아야 할 동성애자의 양심고백’ 만화책자를 나눠주며, 동성애에 반대하는 콘서트까지 열 계획이란다. 심지어 신촌 일대 대학가와 이태원역에서 동성애 인식실태 설문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이 모종의 위기 의식을 느낀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최근 급격히 동성애 수용도가 높아진 사회로 손 꼽힌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에서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2007년 18%에서 2013년 39%로 조사한 39개국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 행진이 펼쳐지는 퀴어문화축제에는 올해 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고 매년 갑절로 그 숫자가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청계천에서 공개적으로 동성커플이 결혼식을 올리는 등 분명 성소수자들은 사회에서 더 많이 드러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차별금지법 제정 등 주요한 제도적 변화들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우파들은 동성애가 문화적으로 ‘침투’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공공연한 동성애혐오 선동을 벌이기로 한 모양이다. 이런 시도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전에 한국 사회가 과연 동성애에 대해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인지 물어야 맞다. 동성애혐오는 우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지 선호의 표현이나 정치적 토론의 문제가 아니다. 혐오는 사회적 차별에 놓인 집단 또는 그 구성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종주의, 동성애혐오와 같은 개념이 따로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진정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의 표현을 보장함으로써 민주적 절차에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혐오발언이 공공연하게 행해진다면, 차별받는 소수자들을 위협하고 적대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결국 배제되어 소수자의 민주적 참여 권리를 박탈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혐오 발언을 방치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입장에서조차 허용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공 장소에서의 선동은 더욱 더 그러하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자고 호소하며 우리의 존재를 드러내 왔다. 우리는 욕설을 듣기도 했고, 불쾌한 시선을 마주했으며, 때로는 논쟁을 피할 수 없었고, 깔아놓은 부스를 뒤집어 엎은 사람들도 있었다. 지난 군형법 92조 동성애 처벌조항을 폐지하자는 캠페인을 할 때에도 성소수자들 옆에서 캠페인을 방해하며 확성기로 동성애는 비정상이라고 끊임없이 외치던 방해꾼도 있었다. 학생인권조례에 성적지향 차별금지조항을 지켜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일 때에도 ‘나는 동성애 반대’라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시민들을 수도 없이 만나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성소수자 인권은 여전히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동성애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감수하며 거리로 나서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에 차별이 있는 한 ‘말의 무게’는 결코 같을 수 없다. 동성애혐오 때문에 우리는 말하지 못하고 벽장 안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 동안 성소수자의 권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우리를 향한 폭력과 혐오는 문제시 되지 않았다. 우리가 ‘표현’하면 ‘청소년 유해’나 ‘음란 및 퇴폐’로 낙인찍히기 일쑤였다. 목소리 없는 사람들은 권리도 없고 자긍심도 지니기 어렵다. 이것이 혐오가 해악적인 이유이며 혐오를 선동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성소수자들이 사회적 존중을 바라고 지지를 확대하기 위해 나서는 행위와 청년비전아카데미의 반동성애 선전은 둘 다 그냥 의견일 뿐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단체들도 입을 모아 표현의 자유는 반인권적 표현까지 포함하지 않으며, 인권에 반하는 표현의 자유는 당사자들에 대한 폭력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UN 등 국제인권단체들이 마련한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은 ‘불평등은 일부 목소리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며 평등을 이루기 위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평등을 이루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차별 때문에 이미 표현의 불평등 속에 놓인 성소수자들의 드러내기를 옹호하고 사회적 지지와 공감대를 넓히려는 노력이다.
특히 지금 시기, 거리에서 동성애혐오 선동에 맞서는 것은 중요하다. 인권을 옹호하고 차별에 맞서는 캠페인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정 개인과 집단을 표적삼아 집요하게 공격하고, 혐오를 조장하고, 시민적 권리를 제약하고, 정치적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들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북 마녀사냥’이 그렇고 천주교 사제들의 ‘정권 사퇴 발언’에 대한 색깔론 공격 또한 우리에겐 다른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더 멀리, 더 넓게 퍼뜨리기 위한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2013년 11월 27일
동성애자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