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논평]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논평]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 아쉽지만 그래도 환영한다.

-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동성애혐오가 마치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양 말하는 사람들의 억지주장에도 불구하고 성북주민인권선언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서울시 최초로 제정되었다. 우리는 성소수자를 볼모삼아 주민인권선언의 전체 의미마저 퇴색시켜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던 일부 몰지각한 반인권세력의 방해를 지켜봐왔기 때문에 성북주민인권선언이 비록 ‘선언’에 불과하더라도 얼마나 힘든 과정을 통해 제정되었는지를 알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주민들의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주민들의 직접참여와 인권위원회, 구의회, 구청이 협력해 제정된 주민인권선언이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성북주민인권선언에는 주거, 교육, 환경, 건강 등 경제사회적 권리를 언급한 것은 물론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노숙인, 어르신 등 성북구에 거주하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의 존재를 차례로 열거하면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존재의 의미마저 삭제 당해온 소수자들의 이름들이 성북주민인권선언에선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차별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구청의 다짐도 포함되었다. 특히 차별과 낙인이 심한 질병인 HIV/AIDS를 언급하면서 치료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난민 지위 인정에 관계없이 자신의 권리와 존엄을 지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은 그 어디에도 없던 조항이라 매우 인상 깊다.

 

비록 성북주민인권선언 원안에 포함되어 있었던 성소수자 인식개선 등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한 문구가 빠져 아쉽긴 하지만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제1조 ‘평등’ 규정과 성소수자들이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한 성북인권선언의 약속은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인권이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동성애 혐오 세력의 집요한 괴롭힘에 자유롭지 못했겠지만 좀 더 적극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힘든 과정을 거쳐 제정된 주민인권선언인 만큼 ‘선언’으로만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선언에 담긴 다양한 지역주민주체들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마포구가 성소수자 인권 관련 현수막 게시를 거부하고 성소수자 관련 행사 장소사용을 불허한 것과 비교해보면 성북구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성북구가 지방자치단체로서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자치구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거나 오히려 주민갈등을 이유로 반인권적인 행정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성북주민인권선언은 인권이라는 이름 앞에 우물쭈물 거리며 눈치 보기에 급급한 지방자치단체의 현재의 모습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인권조례를 제정해놓고도 방치하거나 제대로 운영조차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가 너무 많다. 주민인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고 자치행정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상기하길 바란다.

 

성북주민인권선언 제정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차별 없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 많은 곳에서 확대되길 바란다.

 

 

2013년 12월 10일

 

동성애자인권연대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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