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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국회의원도 모르는 TPP협상…책임은 누가지나?
[일본사회운동의 편지](1) 협상 막바지를 맞이한 TPP
앞으로 <일본 사회운동의 편지>를 통해 일본 우경화와 군국주의, 비밀보호법, 재일조선학교 탄압 등 일본 민중이 처한 현실 그리고 이에 맞서고 넘어서기 위한 일본 사회운동의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
TPP협상이 막바지에 들어갔다. 12월 1일에는 미국 통상 대표가 일본을 방문하는데, 7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TPP 각료회의에서 미일 간의 현안을 사전에 조정하기 위해서라고들 한다. 또 최근 한국이 TPP교섭에 참여 의사를 굳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막판 TPP 협상을 둘러싼 전개는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TPP는 2005년에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의 4개국에 의한 P4, 또는 TPSEP(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정)라고 불리는 다국간 경제협정으로, 현재는 미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TPP협상이 시작된 2010년 당시 일본은 교섭의 참가에 대해서 “시기상조”라며 소극적이었지만, 디플레이션 경제에서 탈피하겠다고 나섰던 당시 민주당 정권이 TPP협상 참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2012년 총선에서 압승한 자민당 정권은 TPP를 경제 성장 전략의 주축이라고 평가하고 올해 7월부터 정식으로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TPP교섭 참가는 결코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TPP가 내건 “전략적 경제 협정”이 일본 국내의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TPP의 영향을 평가할 때 종종 관세와 각종 규제, 투자, 지적 재산 등 광범위한 큰 사회적 영향을 동반한 한미FTA가 인용된다. TPP는 한미FTA와 동등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강도를 가진 신자유주의 정책이 강제되는 것이라고 말하면 그 충격의 크기를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TPP협상의 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아베 총리는 “성역을 사수한다”고 약속했다. “성역”이란 쌀, 보리, 쇠고기, 우유, 설탕 등 농업 5품목과 국민총보험제도(의료보험제도) 등을 의미하며, 이러한 항목에 대해서는 TPP에서도 개방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약속이 “거짓말”임은 분명하지만, 반대 여론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2013년 3월 교도통신 여론 조사 결과, 교섭참가 찬성 비율이 71.8%였다), 결국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태로 협상에 참여하게 되었다.
농업을 중심으로 TPP반대의 목소리
현재 일본 국내에서 TPP협상에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주로 “성역”을 가진 농민 단체이다. 또, 의료 민영화, 특허 등의 압력을 받는 의료나 제약 분야, 미국 금융자본의 압력을 받는 보험업계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 분야는 지금까지 정책적인 보호에 의해 이익을 올려온 분야라서, 한편으로 TPP 추진 측에서는 이들 분야의 보호 및 규제를 계속하는 것이 일본 경제침체의 원인이라며 TPP에 의해 규제 철폐 또는 완화해야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타깝게도, 일본의 노동계는 TPP에 대해 그다지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 최대의 노총인 연합(랜고)은 자동차나 전기 등 TPP의 혜택을 많이 받는 산업 부분들의 노조 세력이 강한 것도 있어, TPP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TPP 자체에 꼭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산하 노조 중에는 TPP에 적극 찬성하는 노조도 있다. 그것에 대해 진보적인 노동조합이 모인 전노련은 TPP에 대해 전면적으로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지만, 일본의 노동계를 대표하는 목소리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노동계가 우려하는 TPP의 부작용으로는 노동조건 악화, 기업의 투자규칙만을 기준으로 하는 투자에 의한 사회와 노동자의 생활환경 파괴, 지적재산권 규칙 강화에 의한 의료 파괴 등이 있다.
또 TPP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세력으로서는,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진보진영 외에도 아베 정권의 지지층인 우익 민족주의자 그룹이 있다. 그들은 TPP에 의해서 외국 자본과 이주노동자가 유입되거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조항이나 래칫(역진방지) 조항에 의한 “주권 침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다.
TPP에 반대하는 이런 많은 단체나 활동가들은 매달 정기적으로 모여, 수상 관저 앞에서 시위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각각의 단체가 자신들의 요구를 내걸고 시위와 집회를 열고 있다.
이런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TPP 대세론”도 만만찮다. 작년까지는 일본의 사활 문제로 여겨져 온 “성역” 개방에 대해, 11월 마이니치신문 여론 조사에서는 약 75%의 응답자가 “일부 개방은 불가피하다”라고 응답했다. 이 같은 여론을 배경으로, 아베 정권은 TPP의 영향을 받은 보험 분야나 비정규직의 확대 등 노동 분야에서 규제 완화, 쌀농사 농가의 보조 철폐(쌀의 작부를 제한하는 농지 축소 정책의 재검토)등을 추진하고 있다. TPP의 사전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다.
[출처: http://www.theguardian.com/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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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TPP를 추진하는 몇 가지 이유
집권 여당 자민당의 지지층인 농가나 우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이 전력으로 TPP를 추진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 경제의 정체다. 각종 대책을 취했지만 일본 경제는 좀처럼 호전 조짐이 없다. 2011년에는 중국이 GDP에서 일본을 제치고 한편으로 한미FTA를 체결한 한국은 최근 경상 흑자에서 일본을 제쳤다. 동일본대지진, 원전사고와 같은 요인이 있다고 해도 일본 경제의 하락세는 분명하고, 근본적인 일본 경제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경제 성장의 정지가 국가 경제의 파탄을 의미하는 자본의 논리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경제성장을 궤도에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TPP는 일본에 남은 몇 안 되는 경제성장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적어도 몇몇 일본 글로벌 기업에게 있어서 TPP는 아마도 더 없는 엄청난 메리트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국내적으로도 TPP가 요구하는 강력한 사회 구조의 변혁은 기존에 해당 업계의 강한 저항과 기득권에 의한 개혁을 추진할 수 없었던 분야의 개혁(다른 관점으로는 “파괴”)을 단숨에 진행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TPP에 관한 중요한 포인트가 외교적, 정치적 측면이다. 현재의 TPP의 모체가 된 P4의 애초 협정 명칭이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정”으로 불렸던 것처럼 TPP는 단지 자유무역 시장 확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지극히 “전략적”인 협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TPP교섭에 참여할 때 “국익”을 내걸었다. 그가 말하는 “국익”은 GDP가 얼만큼 증가하고, “성역”의 관세를 얼마로 하고, 어떤 규제를 보호한다와 같은 이익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일본의 지위나 발언력, 영향력과 같은 무형의 이익도 아베 총리의 시야에 있다. 종종 TPP는 “실질적으로 미일FTA다”라는 말을 하지만 TPP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다국간 협정이라고 하는 점에서, 단순한 양국간 협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TPP에 대한 비판의 하나로, “중국이 불참한 TPP에 얼마나 경제적 메리트가 있는가”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미일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 vs 중국”이라는 정치적, 경제적 대결, 혹은 중국 포위 구도야말로 일본이 TPP에 참가하는 중요한 동기라는 주장이 있다. 사실 일본이 TPP협상에 들어가기 전 미일 협상에서 아베 총리는 TPP가 갖는 이러한 정치적, 외교적 측면에 대해 여러 차례 미국 측에 강조했다고 한다. 즉 “TPP에서 미일이 함께 군사적 존재감을 높이고 중국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발상은 중국의 불쾌감을 자아낼 가능성이 있다. 아마도 미국은 일본의 우익 정권처럼 TPP에서 중국을 견제하거나 포위망을 칠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미소 냉전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런 전략은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지역을 위험한 방향으로 이끌지도 모른다. 그저 난처하게도 일본 아베 총리는 너무 머리가 나쁘다. 미국과 일본이 경제적, 군사적으로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립하고,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곧 얌전히 일본의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베 정권은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정식 군대를 갖는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하려고 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전 단계로써 이미 비밀보호법에 따른 미국과의 군사 정보의 공유를 가능하게 했고, 전시 최고 사령부인 국가안전보장국을 설치했다. 그리고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하려고 하고 있다. 정식 군대의 운용이 가능하면, 지정학적 이유로부터 TPP영역 내의 일본의 군사적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또 일본은 지금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기존의 무기 수출 3원칙의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TPP는 일본제 무기의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 할 수 없다. 결국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재군비론자들은 TPP를 다시없는 기회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특히 동아시아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 얼마나 위험한 움직임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평화운동이나 TPP에 반대하는 진영만 아니라 TPP를 추진하는 경제계마저, 아베 정권의 군사적 의도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TPP의 군사적 측면은 구체적인 협상 전개의 그늘에 숨어서 명확한 쟁점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TPP협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쓸데없는 긴장을 가져오는 아베 정권의 움직임은 향후 일본의 평화 운동이 추진해야만 하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TPP의 진전 상황
마지막으로 TPP교섭의 진전 상황과 시민사회의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자. TPP교섭에서 협상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주의가 깔려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관세 분야 협상은 거의 끝나고 대부분의 분야는 큰 틀에서 합의가 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본이 주장하는 “성역”의 관세 철폐에 대해서는 아직 일본 측은 미니멈 액세스(최저 무관세수입량) 등을 제시하고 저항하고 있지만, “성역”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TPP의 관세 협상에서는 각국이 안고 있는 중요 품목의 관세 철폐를 나라별로 결정하는 “국가별 관세제”라는 방식이 취해지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미국에게 있어서 민감한 분야라고 하는 자동차에 대해서는 TPP와는 별도의 미일간 협상이 이뤄져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형식에서 합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밖에 남아 있는 문제 중, 난항을 겪고 있는 분야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국유 기업 개혁이나 ISD조항, 그리고 최대의 난관이 지적재산권 분야라고 한다.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해서는 위키리크스가 누설한 협상 문서로 그 내용이 전해졌지만, 대폭적인 보호기간 연장, 수술 등의 의료 및 진찰 행위의 특허인정, 제네릭 약(복제약), 저작권이나 상표권의 비 친고죄화, DRM(복제방지기술)의 단순회피금지 등 다양한 항목에서 미국 측 주장에 대해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민단체는 “성역” 사수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또한, 유전자 변형 작물의 표시는 인정받았지만 농업분야에서는 유전자 조작 작물의 지적재산권 문제는 남아 있어, 소비자 측과 동시에 줄기차게 반대 행위를 하고 있다. 매일 음식에 직접 관계되는 분야에서부터, TPP 반대 운동 속에서 농민단체, 노동단체, 소비자단체 등이 조직하는 대규모 시위와 집회도 많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의외(?)로 일본이 상당히 강하게 미국의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도 있지만, 역시 지적재산권 비즈니스를 국책으로 추진 중인 일본으로서는 자국에 유리한 룰에서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 교섭 참가가 뒤처지는 일본의 입장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남은 지적재산권 분야만이라도 제대로 된 협상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TPP 교섭 참가 명분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가 있는지도 모른다.
일본에서는 일반 시민에게 친숙하지 않은 지적재산권 분야의 의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제네릭 약품의 문제와 유전자 변형 작물의 문제 등을 통해 점차 문제점이 알려지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TPP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어려운 협상은 두개의 트랙으로, 반대가 강해 보이는 협상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지켜지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논의도 없이 타결을 맞으려 하고 있다. 협상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제한된 협상관과 기업의 담당자뿐으로, 교섭 참가국의 국민은 물론 국회의원마저도 협상의 내용을 알 수 없다. 이런 협상에 대체, 어떤 정통성이 있겠는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니, 책임지는 것이 가능이나 한 것인가.
[번역] 벨라(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