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위험한 ‘도박’… 의료민영화 재앙이 온다
자회사 설립은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 국민이 막아야
지난 12월 13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대책은 한 마디로 ‘의료민영화 쓰나미’로 부를 만하다. 그간 국민 여론 반대로 이루지 못한 온갖 민영화 조치들을 직접적으로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이러한 중대한 일을 법률 변화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서 결정할 수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실행하려 하는 대범함마저 보이고 있다.
원래 의료기관의 ‘영리법인’ 허용은 재벌들의 일관된 요구였다. 2010년 발표된 KDB증권보고서나 KB보고서 등을 보아도 병원의 수익성이 여타 기업의 이윤율보다 높음에도, 비영리법인만 허용된 제약에 묶여 배당을 하거나 투자가 자유롭지 못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병원을 주식회사화 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핵심 희망 사항이다. 그래서 수많은 의료민영화 과제들 중에도 실제 가장 중심에 놓인 게 ‘영리병원’ 허용 문제다.
‘영리병원’의 문제점은 수없이 많다. 의료비가 급증하고, 영리병원의 주변 의료비까지 상승시키는 ‘뱀파이어 효과’까지 있다. 여기에 이익을 위해 비숙련 의료 인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고용해 환자 사망률이 높아지고, 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여기에 돈 안 되는 환자들은 진료하지 않고, 의사들은 더욱 돈벌이에 치중하게 되는 등의 윤리적 문제까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돈벌이에 미쳐 국민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리병원’을 추진하려는 시도는 눈물겹다. 수많은 반대에도 지난 10년 넘게 ‘영리병원’을 허용하고자 온갖 편법들이 동원되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에 정주 외국인을 위한 영리병원이 허용되도록 한 것이다. 이 조차도 투자자들이 확실한 수익성을 요구하자, 정부는 내국인 진료 허용을 가능하게 해 주었고, 이제는 외국인 투자비율도 낮추려고 한다. 사실상 내국인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시도이다.
또다른 시도는 국민들의 예방, 검진 등의 서비스를 민영화해서 재벌들이 돈벌이 할 수 있게 해주려는 ‘건강관리서비스’의 도입 시도였다. 국민들의 건강관리는 당연히 현재의 건강보험제도하에서 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이를 왜 별도의 민간사업체가 하면서 국민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해야 할까? ‘건강관리서비스’는지난 정권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되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름을 바꾸어 ‘건강생활서비스’로 재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원격의료’도 벌써 2차례나 도입이 시도된 바 있다.
고유 목적사업은 비영리니까 괜찮다?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 중 의료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의료기관의 영리기업(자회사)설립 허용이다. 정부는 의료기관 자체는 비영리법인으로 유지하는 것이므로, 의료라는 고유사업은 비영리인 것이 맞고, ‘영리병원’ 허용이란 비판은 착각이라고 반박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병원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한 것은 환자 진료의 목적을 돈벌이에 두지 말라는 의미이다. 만약 영리법인인 자회사를 두면 비영리법인의 자산이 손쉬운 투자처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기 때문에, 병원도 더 많은 자산을 소유하고 자본을 축적하려고 하게 된다. 즉 비영리 운영의 원칙과 상치되는 영리적 운영의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현재 의료법인을 비영리법인으로만 규정해 두었음에도 현실 의료의 영리화가 개탄스러울 정도다. 여기에 병원으로 돈을 벌거나 병원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여 투자하라는 것은 환자 진료를 더한 돈벌이 수단의 기반으로 만든다. 즉 영리병원 문제점의 핵심인 이윤추구에 환자 진료를 이용한다는 전제가 동일해지는 것이다.
여기다가 자회사가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종류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장했다. 기존의 부대사업인 주차장, 장례식장, 구내식당이 그나마 환자 편의를 고려한 수준이었다면, 이번에 허용되는 부동산, 건강증진식품, 의료기기업, 화장품 등은 그 자체로 완전 ‘의료사업체’를 차릴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데도 단순히 환자 진료가 비영리니 괜찮다는 것인가?
이번 발표를 보면 창투사 같은 투기자본들도 자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다. 투기자본이 투자하는 사업이 어떤 사업인가?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사업인 민자철도, 민자고속도로 및 주식 작전투자 같은 것들이다. 만약 이런 투기자본들이 자회사에 투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의료기기 유통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차린다고 한다면, 사실상 이 자회사는 모병원에 의료기기를 전담해서 납품하거나 리스(할부)로 의료기기를 넣고 월부금을 받을 것이다. 문제는 자회사는 영리법인이고, 투기자본의 투자까지 받았다. 즉 높은 수익성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하게 더 많은 의료기기를 납품해야 하고, 리스비를 더 올려야 한다. 병원이 더 많은 의료기기를 쓰는 방법은 환자를 많이 늘리거나 수술을 많이 하거나, 과잉 진료를 하는 수밖에 없다.
즉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게 된다. 단순히 의료기기만 예를 들어도 이런 무서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여기에 화장품, 건강증진식품, 의약품 개발 등까지 영리적인 자회사가 들어서면 어찌될까? 화장품과 건강관리식품을 의사가 권한다면 거부할 수 있는 환자들이 있을까?
아마도 멀티플렉스영화관 같은 ‘멀티플렉스 의료복합사업체’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휘황찬란한 영리적 서비스와 부대 사업의 틈바구니에서 막상 아파서 병원에 온 환자들은 돈이 없다면 찬밥이 될 것이다. 가난한 환자들과 필수 의료서비스만 받으려는 사람들은 외면받게 될 것이다. 의사들도 부대사업으로 같이 배당을 받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소위 막장의료의 탄생이다.
가뜩이나 환자본인부담금이 높고, 건강보험보장성은 낮아 돈 없으면 진료받기 어려운 현실이 악화될 것은 당연하고, 의료비도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다.
의료민영화, 국민이 나서 막아야
마지막으로 정부는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병원 같은 학교법인은 영리법인인 자회사 설립이 가능한 것처럼 현실을 호도하고 있다. 우선 이런 한국 굴지의 병원이 영리기업에 출자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독립법인이므로 이를 허용해선 안되며, 사립대학병원이라 하더라도 사립학교법 제2조 ‘학교법인이라 함은 사립학교만을 설치·경영함을 목적으로 이 법에 의하여 설립되는 법인을 말한다’는 조항에 따라 이를 금지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설사 법리적으로 합당한 해도 이런 영리적 시도가 한국 의료를 좀 먹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이를 부추기는것이 제정신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의료부분에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을 내세웠었다. 이제 이 공약은 완전 누더기가 됐다. 공공병원을 늘린다는 공약도 진주의료원 폐원으로 화답하였다. 철도, 가스, 수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당선 전 약속도 이미 모두 뒤집은 상태다. 이제 여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병원의 영리 자회사 설립을 시행령 수준에서 도입하려는 계획이다. 국민건강까지 팔아서 재벌과 자본의 이익을 챙겨주려 한다.
국민들이 나서 막지 않으면 이 폭주는 끝나지 않는다. 모두 함께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몰이를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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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글은 지난 12월 16일자로, 정형준 건강과대안 회원이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37810&PAGE_CD=&BLCK_NO=&CMPT_CD=M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