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건강보험] 한국의 건강보험… 미국, 맹장수술비 1만 5천달러

[만물상] 한국의 건강보험

김동섭 논설위원 dskim@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입력 : 2009.07.16 21:43 / 수정 : 2009.07.16 23:35

1975년 봄, 김종인 서강대 교수는 청와대로부터 ‘근로자 대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의료보험 도입’을 제안했다. 그러자 경제·의료·노동계가 일제히 “시기상조”라거나 “저축률이 떨어진다”며 반대했다. 그해 12월 취임한 신현확 보사부 장관은 의료·행정 전문가 6명을 20일간 일본에 보냈다. 신 장관은 조사단이 모아온 64종의 책과 자료를 독파한 뒤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했다. “복지가 뒤처지면 국민 불만이 커져 무슨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3차례 설득 끝에 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됐다. 형편 닿는 대로 돈을 내 모두가 의료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희박하던 시절이라 “왜 강제로 가입시키느냐”는 반발이 컸다. 여당인 공화당조차 “몸이 건강해 보험금만 꼬박꼬박 부은 사람들이 퇴직 등으로 보험에서 탈퇴할 때는 탈퇴금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박준규 당 의장이 나서 “불 안 났다고 화재보험료 돌려주는 것 봤느냐”고 반박했다.

▶군 병원을 무료로 이용하던 군인들도 반대가 심해 77년 500인 이상 기업, 79년 공무원·교직원에게 시행된 뒤 80년에야 가입했다. 88년 농어민을 거쳐 89년 도시민까지 전 국민 건강보험이 12년 만에 달성됐다. 독일 127년, 벨기에 118년, 일본 36년에 비해 매우 빠른 정착이다. 미국은 사(私)보험에 의존하고 있어 보험혜택을 못 받는 이들이 4700만명에 이른다. 맹장수술비가 1만5000달러나 되고, 안경 맞추려면 안과 시력검사비로만 60달러를 내야 한다.

▶미국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이 그제 미국을 방문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한국의 의료보험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번번이 의료보험 개혁에 실패한 미국으로선 한국이 부러울 만도 하다. 우리는 보험료로 소득의 5.08%를 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하면 진료비의 평균 64%를 보험에서 대준다. 소득 대비 보험료가 대만 7.7%, 일본 8.5%, 프랑스 13.8%, 독일 14%보다 낮다. 한 달 보험료가 2970원부터 334만원까지로, 1만원 미만도 72만명이나 된다.

▶우리 건강보험에 대한 우리 자신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2000년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재정 파탄을 겪은 탓도 있다. 보험혜택을 늘리려면 계속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그게 달가울 사람도 드물 것이다.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돈 없어 치료 못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이뤄내는 것이 건강보험의 궁극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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