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온 나라가 삼성병원발 메르스 2차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아무 관리도 받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병원들이 삼성병원을 들른 환자가 오는지 온 촉각을 세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지난 2일 관계장관회의 이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확산 방지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메르스 환자가 특정 병원 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였으므로 “감염이 발생된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또는 병동 자체를 격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대전의 건양대병원과 대청병원의 병원 또는 병동이 격리되었다. 지금까지 환자가 발생한 의료기관 6개 중 5개는 병동이나 병원, 또는 환자와 방문자가 격리되고 관리되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이다. 왜 예외였는가. 삼성이라서?
이른바 14번 환자가 머문 5월27~29일 삼성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의료진을, 환자가 확인된 29일부터 바로 격리했는가. 아니다. 삼성병원 의사인 이른바 35번 환자가 31일 오전까지 회진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
이후에는 어떤가. 삼성병원의 응급실에 들른 환자와 보호자 675명이 격리됐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는 1년에 6만명 이상의 환자가 내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환자가 160명이 넘는다. 보호자와 문병객을 생각해 보면 3일간 675명이라는 격리대상자는 전체 숫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관리되지 않은 환자 탓에 여러 병·의원들이 난리다. 당장 메르스 환자가 들른 건국대병원이 환자가 말하지 않은 삼성서울병원 방문 병력을 정부도 아닌 삼성서울병원에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건국대병원에서 수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격리됐다. 정부는 어디에 있나.
7일 오전 문 장관은 “우리가 일찌감치 파악했고 삼성병원도 충분히 그것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하여튼 조속히 철저한 모니터링 망을 만들어서 그동안 계속 관리해 왔다”고 답했다. 누가 환자들을 관리했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삼성인지 정부인지. 누가 한 관리인지, “하여튼” 그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또 장관은 “이런 감염이 일어난 것은 벌써 2주 전”이라며 삼성병원 응급실을 안심하고 이용하라고 당부까지 했다. 그런데 5월27~29일은 2주 전이 아니다. 삼성만 만나면 왜 장관이 날짜 계산까지 틀리는 것일까.
삼성병원은 한국의 방역체계에서 예외였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삼성병원이 예외가 아니었다면 지금 온 국민이 삼성병원발 메르스 2차 발병이 어디까지 확산될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환자가 두 번이나 확진된 삼성병원 감염에 대한 정부의 역학조사가 지금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질병관리본부에서조차 들려온다.
X파일 사건, 반도체 백혈병 사건, 태안 기름유출 사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이 모든 사건과 사태에서 삼성은 언제나 예외였고 법 위에서 군림해 왔다. 이제 우리는 삼성이 한 나라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메르스 사태에서조차 예외가 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 과연 삼성공화국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삼성이 지금까지 의료가 돈을 버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민영보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삼성의 일관된 주장이었고 그대로 정부 정책으로 관철되어왔다.
공공병원의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이 73%인데 한국은 10%다. 지금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100개 남짓한 이유다. 건강보험 보장성은 50%가 조금 넘어 미국과 함께 꼴찌에 가깝다. 그런데도 의료를 더 시장에 맡기자는 삼성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이 나라의 지금까지 정책이었고, 박근혜 정부도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뿐인가. 의료수출을 내세운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 8곳의 영리병원 허용이 메르스 직전까지 추진 중이었다. 삼성이 앞장선 원격의료도 시범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의료영리화 정책, 공공의료 부재가 현재 수십명의 고위험 감염병 환자만으로도 입원할 곳을 찾지 못하는 한국 공중보건의료체계 파산을 낳았다.
삼성공화국이 이제 메르스 공화국을 낳고 있다. 도대체 이 삼성공화국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건강과대안 부대표) / 경향신문 2015년 6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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