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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건강]마이 리틀 피임약 : 피임약 재분류 임박, 여자들의 수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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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금요일 저녁7시30분, 한국성폭력상담소 지하1층 이안젤라홀에 3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과 한국여성민우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마이리틀피임약: 피임약 재분류 임박, 여자들의 수다회”가 시작되는 자리였습니다.

준비하면서

지난 2012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일반의약품이던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하겠다는 안이 나오게 되면서, 사전피임약과 사후피임약의 의약품분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여러 단체와 의사 등 전문가집단에서 논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논의들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피임약 재분류에 대해 종교단체와 의사/약사단체, 여성단체의 목소리가 부딪히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당시 식약청은 일단 보류상태로 사안을 접은 후 이에 대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기로 했고 내년 2016년 초에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다시 피임약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은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피임약을 비롯, 피임에 대한 담론도 풀어놓고 여성들의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열어놓고 토론해보고자 했습니다.

우선 유현미 선생님께서 “응답하라 2012: 피임약재분류 논쟁의 경과와 쟁점”이라는 주제로 위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당시 피임약 재분류에 대한 식약청 공청회의 사진과 당시 논쟁지형과 쟁점을 속속 확인하는 시간이었지요.
두 번째로는 윤정원 선생님께서 “페미니스트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피임약 A~Z”로 피임을 왜 하는지, 피임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피임약의 안전성과 부작용은 어떠한지, 그리고 해외에서 피임약은 어떻게 구분되고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세 번째는 이유림 선생님께서 “장동민에게 피임까지 맡기진 마세요: 지금 피임을 둘러싼 미디어의 재현들”이라는 주제로, 각종 토크쇼, 피임약 광고, 드라마 등에서 언급되는 피임/피임약을 둘러싼 발언과 그 의미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효리의 ‘질외사정’ 발언, 장동민의 ‘피임하면 서운해’ 발언등 다채로운 어록들을 다시 확인하고 미디어에서 여성과 피임을 어떻게 접근하는지 새겨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자리에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신 만큼 플로어에세 다양한 질문과 이야기거리들이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질문은 피임약의 부작용과 안전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플로어참가자들은 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한 사소한 질문부터 개인의 소중한 복용경험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공유해주기도 하셨습니다.

여전히 갈급한 정보, 상담의 부재

전반적으로는 부작용과 안전성 등 피임/피임약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부재하다는 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상담시 정보 및 케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산부인과 의사와 피임/피임약에 대한 제대로 된 상담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 단순히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하는 일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 약국에서 피임약을 사더라도 복약지도가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점 등 전문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논의도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피임약이 안전한 피임법중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고, 미국소아과학회에서조차 청소년의 피임약 복용을 권고하고 있는데 피임약 부작용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많다는 점은 인식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이자, 현실로 보였습니다.

피임약이 한국, 일본에서도 여성해방의 상징인가?

흥미로운 질문도 있었습니다. 사실 피임약은 서구에서 여성해방의 상징이자 세계적으로도 괄목할만한 발명 중 하나로 언급되는데요, 서구와 한국/일본과의 사회적 맥락을 다르게 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서구에서 여성이 스스로 피임약을 통해 출산을 조절한다는 점이 부각되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상, 피임약으로 인해 여성의 피임주도성이 부각되면서, 남성은 오히려 피임에 태만하고 여성의 책임만 가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과연 여성의 결정권을 강화하는 맥락이 될 수 있을지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수 있겠습니다.

더블프로텍션이 기본

여러 참가자들께서 소중한 자신의 경험을 말씀해주셨고, 사실은 피임은 여성만의 혹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를 둘러싼 문제이며 기본적으로 피임은 ‘double protection’일 때 가장 안전할 수 있다는 경험도 공유되었습니다.
사실 주치의제도처럼 1차의료제도나 기본의료서비스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피임/피임약에 대한 지속적인 개인별 상담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었고, 철저하게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는 피임이다 보니, 철저하게 여성에게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어 최소한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아카이브‘(Acrchive)가 필요하다는 점이 거듭 강조되기도 했습니다. 피임/피임약에 대한 최소한의 매뉴얼이라도 있으면 큰 도움이 되겠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정보/매뉴얼을 위한 아카이브 필요

원래는 자료집을 사전에 제작해서 당일날 배포할까 했지만, 이번 수다회를 준비하면서 나온 이야기들을 한데 모아 사후(!)자료집을 내기로 했습니다. 당일날 발표된 자료와 질의응답, 토론내용들을 묶어서 낼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이 수다회에서 논의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세미나도 진행할까 합니다. 세미나주제는 다시 한번 공지할 예정이니 관심있는 분들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피임/피임약은 결국 재생산건강의 중요한 축인만큼 섹슈얼리티, 사회적 권력, 건강권 등 여성의 다양한 이슈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앞으로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은 이 주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알려내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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