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인이 어린이가 한 사회의 미래라고 말합니다.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올해에도 여러 정치인들이 맘 놓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정책을 발표할 것입니다. 또 각 정당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사회 조건의 개선 중에 중요하게 되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동을 위한 보편 건강권입니다.
당장 한국사회는 유엔아동협약 24조에서 규정하는 어린이들이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가를 되물어야 합니다. 또한 26조에서 규정하듯이 국가는 “모든 아동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국민건강보험으로 걷은 보험료가 국고에 17조나 쌓여있습니다.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과 아이들이 있기에 남은 돈입니다. 그런데 이 돈을 아픈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는커녕, 투자기금화 한다는 방침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 정책 때문에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와 양육자들은 건강보험 따로 민영 어린이 의료보험에 따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공공보험이 아니라 ‘태아보험’ 이라는 민영보험에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의지하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세계 경제규모 십 몇위 라는 한국사회는 아직도 아이가 큰 병에 걸리면 ‘아이 치료비에 얼마나 들까요’라고 병원에 물어야 하는 사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이들이 꿈나무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꿈나무가 되려면 사회보장으로 건강보험으로 아프면 아무런 조건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부모나 양육자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치료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있거나, 차선의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의 책임은 병이 나서 아플때 그 치료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약속이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현재 18세 미만 어린이들의 의료비는 일년에 약 7조원 정도가 듭니다. 이 중 매년 약 2조 5천억원 정도를 가계가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증 입원소아환자의료비 5,100억원도 가계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이용해 보험회사들은 산모들에게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려면 태아보험이나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라고 선전을 하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다른 OECD 국가들의 경우 애초에 무상의료에 가까운 제도를 시행하기 때문에 아픈 어린이들에 대한 본인부담금은 있을 수도 없습니다.
가장 의료비 부담이 많은 미국조차 어린이들을 위한 무상의료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7년에 어린이건강보험프로그램(CHIP, Children’s Health Insurance Program)을 시행하여 건강보험이 없어도 어린이들에게만은 무상으로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무상의료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이 제도는 2009년 미국시민권이 없는 이민자 가정의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 되었습니다.
한국과 똑같은 본인부담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6세 미만 미취학아동들은 의료비를 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초등학생까지 의료비를 내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80%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도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에서 무상의료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마음 놓고 아이를 낳으라고 이야기하기 전에,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우선돼야 합니다. 아이들은 태어나 홀로 밥을 먹고 홀로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아플 수 있고, 아프면서 커가는 것이 당연한 아이들에게 국가가 돈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겠습니까? 아픈 아이들에게 돈을 받고, ‘수납부터’ 시키는 사회, 이런 나라에서 저출산 1위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어린이들이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최선의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의무가 지켜지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당장 17조원의 건강보험 흑자를 투자운용 한다는 발상을 폐기하십시오. 그 돈은 아픈 아이들과 시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해서 쌓인 돈입니다. 당장 5천억 원 이면 어린이들의 입원비부터라도 무상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2조 5천억 원 이면 어린이에 대한 완전 무상의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날 가장 큰 아이들을 위한 선물은, 아픈 아이들에게는 돈, 즉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모든 어린이는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조건없는 무상의료 시행을 요구합니다. 2016년 어린이날은 모든 아이들의 건강권이 제대로 기지개를 펼칠 수 있는 날이 되어야 합니다.
2016.5.4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