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근혜 ‘의료 게이트’ 핵심은…

박근혜 의료 민영화, 1%의 ‘회춘’을 꿈꿨다

박근혜와 측근, 청와대를 둘러싼 의료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길라임부터 대리 처방, 성형 시술, 마취제 사용을 둘러싼 의혹이 끝도 없다. 이 박근혜 ‘의료 게이트’에서 아직 대통령의 7시간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확인된 몇 가지가 있다.

백옥 주사, 마늘 주사, 태반 주사, 신데렐라 주사. 이 주사들이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사랑한 주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이 주사들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심지어 청와대가 국민 세금으로 이 주사들을 구입까지 했다. 이 와중에 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근거 중심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 원칙을 말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히는 일이다. 제약회사 영업 직원들은 이미 ‘영양 주사 5종 세트’를 ‘박근혜 주사’라고 팔고 다닌다고 한다.

그 백옥 주사나 태반 주사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주사인가. 말이 좋아 피로 회복 주사고 영양 주사다. 사실 백옥 주사나 신데렐라 주사는 ‘아기처럼 뽀얀 피부’를 위한 것이다. 태반 주사나 마늘 주사는 ‘회춘’과 ‘정력 회복’을 위한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나 최순실, 심지어 김기춘 비서실장까지도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고 한다. 차움의 줄기세포 시술은 차움의 ‘도쿄셀클리닉(TCC) 환자 체험 사례’에서 그 목적이 잘 드러난다. 이 인터뷰에서 몇 마디만 옮기자. “주변에 70~80세 되신 분들이 면역 세포를 투여하시고는 건강하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라는 말이 첫 번째 말이다. “지난번 제주에서 4일 연속 골프를 36홀을 쳤어. 나보다 젊은 사람들, 남자들도 내 체력을 못 따라오더라”. 이 줄기세포(면역세포) 시술의 목적은 너무나 분명하게도 ‘회춘’이고 ‘불로장생’이다.

차움, 그들 1%만을 위한 병원

그들이 사랑한 ‘차움’의원을 보자.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증만 있으면 모두 들어갈 수 있다고 법에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차움은 예외다. 아무나 ‘시크릿 가든’에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차움 홈페이지에서라도 확인해보자. 여기에는 차움의 각 층별 시설과 클리닉 소개가 나온다.

2층 메디컬존부터 좁은 공간을 차지하는 일반 외래 진료실을 제외하면 디톡스슬리밍센터(비만진료), 헤어스파(줄기세포 두피 테라피), 면역 증강 센터(줄기세포 시술), 프리미엄 검진 센터 등 이른바 ‘특화 진료’ 클리닉이 가득차 있다. 피부 성형 시술도 여기에 있다. 3층에는 안티에이징(항노화) 센터, 스킨 케어 센터, 테라스파(마사지 센터), 푸드테라피 센터 등등이 있다.

그 위층인 5층부터는 아예 일반인은 출입이 불가능하다. 그 유명한 ‘시크릿 가든’에 가려면 1억5000만 원짜리 멤버십이 있어야 한다. 이 5층은 시크릿 가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골프 클리닉, 운동 처방, 필라테스룸 등이 있고 이름하여 피트니스존이다. 6층은 남녀사우나가 있는 릴랙스존이고 7층은 어반오아시스존이라는 이름의 실외풀, 실내풀, 풀사이드 테크노바 등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이 차움의원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진료를 위한 병원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다. 1%를 위한 병원이다. 심지어 차움의 식당인 ‘레스토아’에서는 ‘푸드테라피’를 하고 찻집인 ‘차인차’에서는 ‘티테라피’를 한다. 진짜냐고? 진짜다. 이 병원이 박근혜와 그 측근들이 사랑했던 병원이다.

1%를 위한 병원과 의료 민영화

그들, 박근혜와 1%의 눈에 병원과 의료란 무엇이었을까?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의료?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 아니다. 그들에게는 의료와 병원은 디톡스슬리밍을 통해 비만을 관리하고, 차그룹이 만든 특별한 에버셀(줄기세포) 화장품을 통해 피부 관리를 받고, 수(水)치료와 ‘마사지 테라피’를 통해 피로를 푸는 곳이다. 또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회춘과 불로장생을 위한 특화 진료를 받는 곳일 뿐이다. 회춘과 불로장생을 위해서라면 한국에서는 불법이어서 도쿄까지 가서 호텔과 비행기를 제외하고 1번에 수백만 원이 넘는 줄기세포 시술을 받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들이 사랑한 병원이 바로 이런 병원이었으니 정부가 의료 산업화, 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병원을 기업화하려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병원 부대 사업을 확대하여 바이오(줄기세포) 개발 등 연구 사업, 화장품, 건강식품 등 차그룹이 하고 있는 사업은 당연히 부대사업에 넣어주어야 한다. 스파, 피트니스 등을 부대 사업으로 넣어야 한다. 또 이 부대 사업을 영리 기업으로 허용하자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하면 보통 사람들의 의료비가 오른다는 것은 이들 1%에게는 자신들의 일이 아니었다.

비영리 병원 산하 영리 기업(자회사) 허용이라는 말도 안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은 사실 이미 그들이 이용하고 있는 차움이 편법과 불법을 자행하면서 하던 병원을 합법화시키는 것일 뿐이다. 아예 제주도에 최초로 영리법인 병원을 허용한 것도 당연했다.

줄기세포 규제 완화를 하자는 것도 당연했다. 심지어 이들 박근혜와 1%는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임상 시험을 생략하고 어느 나라에서도 허용하지 않는 ‘뇌경색’과 ‘알츠하이머(치매)’ 치료를 해보자는 위험천만한 정책 추진도 했다. 차병원 그룹이 정부가 임상 시험 규제 완화의 예를 든 두 가지 병인 뇌경색과 알츠하이머 줄기세포 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순전한 우연일 뿐이다. 이들에게 1%의 안녕과 불로장생을 위해서는 99%가 먼저 위험한 실험을 해봐야한다.

박근혜와 1%들에게는 그들만의 병원이 필요했고 또 이미 존재했다. 박근혜와 1%들에게 모든 사람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이나 비영리병원이라는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적용되지 않는 병원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다니면서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그들에게 병원이 기업화되고 영리 병원이 허용되면 의료비가 오르고 국민건강보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자신들은 그와 상관없이 의료비와 상관없이 1% 병원에 다니면 되는데. ‘헬조선’에서는 젊은이들이 절망하고 보통 사람들이 의료비를 걱정하고, 노인들이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노인 자살률이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국가의 10배가 넘는 현실이 1%에게 무슨 상관이 있었겠는가. 이 정권은 오직 1%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시행했을 뿐이다.

박근혜의 의료 게이트에서 보아야 할 것은 박근혜와 1%를 위한 의료 민영화다. 우리가 광장에 더 크게 모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하나 더 있다. 99%의 국민건강보험을 지키기 위해서, 의료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다. 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그리고 지금도 추진하는 모든 의료 민영화 정책을 폐기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2016년 11월 24일 /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 건강과대안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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