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가 생기면 가장 큰 걱정거리는 간병이다. 간병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다. 병원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이 간호뿐 아니라 간병까지 제공해 보호자나 별도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유행 사태를 겪으며 병원 감염 예방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광범위한 사회적 공감과 지지 속에 시행되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전체 병상의 8% 수준으로 시행되고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려면 병원이 간호사 등 인력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데, 지방 중소병원들은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할 간호사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매년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새롭게 간호사 면허를 따는 사람이 1만7천명에 달하고,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32만명에 달하는데, 왜 지방 중소병원은 간호사를 뽑지 못하는 것일까?
신규 간호사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취직한다. 그런데 대부분 취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둔다. 일이 너무 힘들어서 출산·육아 등의 문제로 일-가정 양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왜 지방 중소병원에 안 가는 것일까? 임금 차이가 많이 나서다. 지방 중소병원에 견줘 수도권 대형병원 간호사의 임금 수준은 최대 2배에 달한다. 다른 일자리에 남녀 임금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문제가 있다면, 간호사 일자리에는 지역별, 병원 규모별 임금 격차 문제가 존재한다.
간호사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된 까닭은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펴서다. 정부는 간호사 수급 문제를 간호대학 졸업정원 확대 등 간호사 면허자 수를 늘려 해결하려 했다. 이러한 정책은 유휴 간호사 수만 늘렸지 병원에서 실제 근무하는 간호사는 늘리지 못했다. 늘어나는 수에 견줘 그만두는 간호사 수가 더 많았다. 간호사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위해 간호사 임금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 인건비에 공공재정을 투여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그 시간에 재충전, 경력 축적, 재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 이직률이 낮아지고 지역별, 병원 규모별 간호사 인력 수준 차이가 개선된다.
간호사 일자리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정부 재정까지 투여하는 특별 대책이 필요할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 사회에서 의료서비스가 가지는 특수성과 중요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간호사 인력 수준은 환자 안전 및 의료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간 한국 의료가 외형적 성장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질적 성숙으로 나아가야 한다.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한국 의료의 질적 도약을 이루기는 힘들다.
일자리 정책 측면에서 보더라도 장기 불황기에 보건의료 및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확충 여력이 존재한다. 실제 2008~2009년 경제위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에서 전체 일자리는 줄었어도 보건의료 일자리는 오히려 늘었다. 정부가 보건의료 노동시장에 적극 개입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일자리 확충은 여성의 일자리와 사회참여를 늘린다는 점에서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더 이상 논의만 할 상황이 아니다.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이상윤 /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위원
한겨레신문 2017년 4월 25일자 (원문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