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체에 투여된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라.
- 무한증식 신장세포293의 정체를 확인하고 그 성분을 공개하라.
- 의학계 연구 부정행위 조사 및 관련 임상논문을 취소하라.
- 의약품 허가 안전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을 시작하라.
인보사 사태가 시작된 지 석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인보사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물론이고 환자들에게 투약된 2액 세포주의 성분과 피해 등에 대해서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이 자발적 판매 중지를 선언한 지난 3월 29일 이후로 인보사 진상 규명 시계는 멈춰 서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추가적으로 밝혀진 것이 있다면 지난 5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코오롱이 세포주 변경 사실을 2017년 여름부터 알고 있었다고 인정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실 또한 시민사회단체가 여러 가지 증거로 이미 그러리라고 지적해왔던 사실을 두 달여가 지나서 식약처가 인정했을 뿐이다. 정부의 이러한 안일한 대응으로 피해 환자들은 제대로 된 건강상담도 받지 못한 상태로 계속 불안에 떨고 있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할 정부가 부실한 의약품 허가 안전관리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을 위로하고 지원하기는커녕, 사고를 낸 코오롱과 식약처에 환자들의 추적 관리와 감독을 내맡겠다는 것도 큰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고의적으로 가짜약을 만들어 판매해 떼돈을 벌어들인 사기 기업에게 그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의 건강 관리와 추적 관찰을 내맡긴다는 말인가. 또한 이번 사태에 적지않은 책임이 있는 의학계와 병원 그리고 의사들이 이 사태에 아직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3.700명의 피해 환자가 발생했고, 관련 약에 대한 임상논문을 게재한 연구자들과 의사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전문가 집단의 침묵은 한국 의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 사태 때 발생한 연구 부정행위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칠 줄 모르고 추진되고 있는 의료 상업화 정책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인보사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시민 대책 기구를 출범한다. 우리는 인보사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 수사를 포함 제대로 된 범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고, 인보사 사건에 연루된 핵심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인보사 진상 규명의 시작은 피해 환자들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지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의약품 안전 관리 법제도를 마련해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국가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환자에게 직접 투여된 인보사케이주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식약처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44일간이 지나며 사멸하는 세포이며, 일부 전문가들도 그렇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보사는 인체에 직접 투여되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다. 실험실 내 세포사멸시험으로 환자 인체에 직접 투여된 인보사의 사멸을 주장하며 인보사가 환자들에게 결과적으로 유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인보사 안전성을 과대 포장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식약처는 지금 3,700명의 인체에 이 세포주가 투약되었다는 의학적 과학적 사실을 망각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들을 닫힌 공간의 실험실 내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의 안일한 안전성 주장 근거로는 향후 인보사 투여 환자들의 임상증상 및 부작용의 연관 여부를 제대로 추적 관찰할 수도 관리할 수도 없는 것이다. 환자들 스스로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이 약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인보사의 안전성을 담보해주고 인체에 투약해도 된다고 허가 승인해 준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나라 그 어디에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특히 환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임상시험을 거치기 전 실험용 무한증식세포를 인체에 주입해도 된다고 허가한 경우는 없다. 문제의 핵심은 지금 여기에 있다. 피해 환자들을 그리고 미국 FDA에 의해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피해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을 이 끔직한 사건의 핵심 책임자가 정부 부처인 식약처라는 사실 말이다.
3,700명의 환자, 내 가족일 수 있거나 내 친구일 수도 있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번 황당한 약화사고의 희생자다. 이 점을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 자신이 속한 부처의 이름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부처일 뿐이다. 우리는 변명과 책임 면피에 급급해 사태의 본질을 여전히 이해조차 못하고, 안전보다 기업의 입장을 더 끔찍하게 대변하고 있는 식약처를 더는 신뢰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를 비롯 정부 차원에서 3,700명의 환자들에게 투여된 인보사케이주 세포의 안전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그러한 근거 있는 사실에 기초에 과학적이고 책임있는 자세로 피해 국민들에게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지지체계 구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둘째. 인보사케이주의 주성분으로 주장되고 있는 무한증식 신장세포293의 정체가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확인되고 그 성분이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STR 검사를 통해 인체에 주입된 세포의 정체가 연골세포유래가 아닌 신장세포유래세포란 것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되고 있을 뿐, 주장된 세포를 가지고 제대로 된 공신력있는 분석기관의 분석이나 동물실험 등을 통해 이 세포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장되고 있는 세포에 방사능 조사를 하여 관찰한 결과 44일이 지나면 소멸한다는 실험실 시험의 주장도 백퍼센트 신뢰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세포의 주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 인체 내(in-vivo) 투입된 이 세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단언하기 어렵다.
이처럼 주 세포인 2액 세포에 대한 공신력 있는 분석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연구를 주도 개발했던 전 인하의대 교수인 이관희까지 가세해 언론에서 애초부터 이 세포는 연골세포도 아니고 293 신장세포도 아닌 제3의 세포라는 터무니없는 물타기까지 시작되고 있다. 잘못된 세포주에 대한 인지를 정부가 했다면 즉시 코오롱사의 2액 세포주를 압수하여 그 정체를 밝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환자에게 투여된 약물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하며 그 것을 알 권리가 환자들에게 있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이는 추적 관찰을 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식약처에 모든 문제가 위임되면서 식약처는 자신들의 문책을 피하기 위해서 허가 당시 제출된 코오롱 자사 서류와 기본적인 검사기록만 확인하는 수준으로 세포의 안전성 문제를 덮으려 했다. 따라서 인보사 사태 해결의 첫 단추는 환자에게 직접 투여된 2액 세포주의 정체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 내용을 정확히 밝히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셋째. 인보사 사태를 통해 환자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임상 연구 논문들이 조작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 의학계 내 연구 부정행위 문제해결을 위한 학계와 정부기관의 각성이 필요하다. 만약 가짜 세포를 이용한 연구였다는 것을 그 임상연구 단계에서 연구자들의 제대로 된 논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 인보사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코오롱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관련 연구 논문을 조직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연구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우리는 지울 수가 없다. 또한 가짜 세포를 이용한 연구에 대해 발표한 학술지, 대학 등 의학계의 내 철저한 내부 점검과 확인 과정이 존재했더라면 3,7000명의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이런 위해가 가해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연구비 수십억원을 매해 제공하면서도 코오롱 인보사 연구 결과에 대해서 어떤 경로와 절차로도 그 연구의 과학적 결과를 검증하지 않았다. 인보사 연구를 초기에 책임진 대학에서도 이들 논문의 원(RAW)데이터를 확인하지 않았으며, 학계에서도 교차 확인 등을 하지 않았다. 그냥 누군가 그럴싸한 가설로 실험을 하고 결과를 조작해 그 결과를 발표해도 관련 부서도 학계도 ‘우리가 남인가’ 하는 느슨한 관리 속에서 이를 용인해 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관행이 2005년 황우석 사건으로 국가적으로 세계적인 망신을 거치면서도 여전히 개혁되지 않고 암묵적으로 용인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인보사 연구의 발의자이자 전 인하의대 교수였던 이관희는 자신이 발표하고 게재해 이미 출간된 논문들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애초부터 연골세포가 아니란 걸 알았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비윤리적이고 파렴치한 주장을 목도하고 있고, 이런 자가 의학자라고 주장하는 글이 언론에 버젓히 인용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스스로 주장한 내용이 가짜라는 것이 공공연히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관희와 같은 논문들에 이름을 올린 교신 저자와 공동 저자 들 중 단 한 사람도 아무런 해명을 하고 있지 않다. 부끄러운 일이다.
인보사 1,2,3상 시험에 참여한 의학계 연구자들은 어떠한가? 백번 양보해 정체불명 293세포였는지는 몰랐다 치더라도 가짜 세포로 참여한 임상시험 연구 결과에 대한 해명과 가짜세포 연구 참여하게 경위와 반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는 지금도 실험실에서 그리고 임상현장에서 성실하게 연구하고 있는 수 많은 의료인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들의 연구와 과학이 제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이번 인보사 연구에 관련된 모든 학술 연구 논문의 진위 여부는 재검증 되어야 한다. 그리고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해당 논문은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
넷째 의약품 허가 및 안전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제대로 개혁이 진행되어야 한다. 식약처는 4월 15일 중간발표를 통해 향후 재발방지 대책으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재생의료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재생의료법은 공히 조건부허가 및 신속처리로 인보사 같은 약들의 시장진입을 빨리 해주기 위한 규제완화 법률이다. 한마디로 ‘인보사 추진법’인 것이다. 식약처는 그런 법을 인보사 재발방지와 안전관리를 위한 법안으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게다가 식약처는 부처 규모를 키워 허가 과정을 강화하겠다며 식약처 몸집 부풀리기로 활용하려 한다. 과오를 되짚어보고 사태의 본질을 성찰하고 반성하기는커녕 과오를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돌파하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는 코오롱이 사기를 쳐서 가짜약을 만들었다해도 그 약효가 기존 표준치료와 비교해 특별할 것이 없다는 사실을 식약처가 제대로 규제하고 불허하였다면 피해 환자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식약처가 2017년 두 번째 중앙 약심에서 위원들을 추가 선임하고, 법령 위반의 혐의도 다분한 인보사 허가를 종용했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식약처 개혁은 인보사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와 엄중한 처벌부터가 시작이다. 우리는 의약품 부실 허가 부처로 사실상 안전부처가 아니라 제약사들의 민원 처리 업무부처로 기능하는 현재의 식약처 구조로는 국민의 의약품 안전성 확보가 요원하다고 판단한다. 식약처가 국민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식품과 의약품 안전 관리 부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부처의 규모가 안전처로 축소되어야 하고, 식품과 의약품의 허가와 규제를 동시에 맡지 않도록 개편해야 한다. 이는 인보사 뿐 아니라 최근 붉어진 존슨앤존스 제약사의 인공관절사태 및 각종 의료기기관리에서도 증가하고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따라서 식약처 개혁의 핵심은 인력과 재정 추가 투입 우선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가 아니고,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성을 기업과 권력의 압력에서 지켜낼 독립적인 제대로 된 규제 부처의 부활이다. 인보사 사태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러한 안전 규제에 대한 최소한의 단초를 이번 기회에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 2, 제 3의 인보사 사태를 계속 양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검찰이 인보사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코오롱과 식약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고, 관련자 소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엄중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검찰의 수사대상에는 코오롱뿐만 아니라 이에 공모한 연구자와 정부 부처의 공적 지원금 제공 과정에 연루된 자들, 그리고 허가 과정에서 비민주적으로 진행된 식약처 공무 집행 과정들 모두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인보사 진상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오늘 출범하는 인보사 해결 시민대책위는 제대로 된 검찰 수사 촉구와 모니터를 지속할 것이며, 이와 별개로 피해 환자들에 대한 의료지원과 역학조사 그리고 손해배상을 포함한 민형사상 소송을 통해 인보사 문제의 진상규명과 사회적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해외 언론을 통해서도 인보사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황우석 줄기세포 사기가 밝혀진 이후 14년이 지나서, 반복된 이런 참담한 현실을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 당시에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국내 의약품 허가 와 안전 관리 문제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다면 다음 예고된 사고는 결코 3,700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윤보다 생명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라. (끝)
2019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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