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외국인 노동자’를 제물로 삼는 코로나19 전시행정 중단을 요구한다

지난 2월부터 지자체들은 앞다투어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코로나19가 불평등을 심화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가가 나서서 차별의 돌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명백한 차별임을 지적하며 철회를 요구한다.

올해 들어 경기도 남양주와 동두천 등에서 이주노동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밀집-밀접-밀폐의 3밀 환경이 그 문제로 지적되었고 이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고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역대책이 마련되어야 했다. 특정 집단이 처한 위험에 주목하는 조치는,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그 환경과 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여러 지자체는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는 대신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낙인을 강화하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

특정 집단을 분리하여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할 권리를 침해하고 국제인권규약을 위반하는 차별행위다. 국적을 기준으로 한 차별행위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의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목적과 상관없다. 검사 건 수를 늘리는 전시행정일 뿐이다. 감염 확산의 원인이 마치 이주노동자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공무 집행에서 자의적인 차별행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도 확인되고 있다.

실효성 없는 비과학적 조치로 인해 많은 ‘외국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은 생생하다. 2~3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겁박이 두려워 검사를 받거나, 모욕적 조치에 대항할 방법을 찾기 어려워 분노하고 있다. 정작 자신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는 접근할 수 없어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중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코로나19 재난이 시작된 이래 감염 현황이나 방역 수칙 등의 안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마스크나 재난기본소득 등 방역대책 대상에서도 손쉽게 제외되었다. 집단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에도 통역 등의 문제로 방치되는 등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게다가 일터에서 거리두기나 휴식을 요구하기 어려운 노동조건 및 열악한 주거환경은 상존하는 위험이다. 체류자격의 불안정성이 더해져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을 겪고 있다. 감염이 걱정돼 선별검사를 받으려고 해도 고용사업주와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예방과 치료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백신 접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할 필요도 있다.

최근 행정명령이 차별적 조치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서울시와 인천시가 행정명령을 변경하고 경기도가 ‘채용 전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시행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개선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명령의 내용을 권고로 수정했을 뿐 합리적인 이유 없는 ‘외국인 노동자’ 구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기도도 진단검사 의무화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다. 대구시는 2차 행정명령을 다시 발표하며 채용 전 진단검사를 포함시켰다. ‘차별’이라는 항의에 밀려 포장은 바꾸지만 방역대책 홍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제물로 삼는 본질은 그대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와 같은 차별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지난 16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특별 방역대책’을 논의하며 차별 조치를 공공연히 조장했다. 이후 서울시에 조치를 개선하라는 요청을 했지만 다른 지자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똑같은 조치가 서울시에서만 차별인가. 중대본은 어떤 지자체에서도 이와 같은 차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행정명령 철회를 요청해야 한다. 또한 안전할 권리로부터 배제된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 재난에서 더 취약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인권에 기반한 방역대책을 마련하고 지침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의 ‘감염병 의심자’ 규정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를 겨냥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와 감시관리라는 실적 위주 접근은 누구에게도 안전할 권리를 약속하지 않는다.

오늘은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유엔국제이주기구 등이 제시한 인권지침을 다시금 환기한다. 특정 국적이나 민족에 속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낙인과 차별, 인종주의, 외국인혐오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방역정보, 진단검사나 보건의료서비스 접근권 제고, 노동 및 주거환경의 안전 증진을 위한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 조성 등이 과제다. 인종차별에 맞서는 노력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차별은 방역의 길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지자체는 ‘외국인 노동자’ 대상 행정명령 철회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방역대책에서의 인종차별 근절을 약속하라!
정부와 지자체는 이주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할 방역대책 마련하라!

2021년 3월 21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아산이주노동자센터, 부천이주노동복지센터, 인천외국인노동자센터, (사)한국이주민건강협회 희망의친구들,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성공회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 포천나눔의집,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의정부EXODUS, (사)함께 하는 공동체,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한삶의집, 이주민센터 동행)

이주노동자인권노동권실현을위한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성서공단노조, 대구이주민선교센타, 이주와가치, 북부이주노동자센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민주노총경북지역본부, 민중행동, 대구사람장애인자립지원센타, (사)장애인지역공동체, 경산장애인자립센타, 인권운동연대, 대경인도주의의사실천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땅과자유, 지구별동무, 무지개인권연대, 녹색당대구시당, 노동당대구시당, 노동당경북도당, 정의당대구시당, 진보당대구시당)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광주민중의집, 광주비정규직센터, 광주외국인복지센터,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전국금속노동조합광주전남지부 광주자동차부품사비정규직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광주전남지부 금호타이어비정규직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법률원(광주사무소)),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울산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제정 대전연대, 차별금지법제정부산연대, 차별금지법 제정 전남운동본부, 처별금지법제정전북행동, 차별금지법 제정 이주연대, 차별금지법제정충북연대, 충남차별금지법제정연대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광주인권지기활짝,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빈곤사회연대,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시민건강연구소,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사람, 장애여성공감, 재단법인 동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인권영화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이주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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