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직도사격장, 중금속 등 오염 심각
연합뉴스 | 입력 2009.08.04 10:24
암 유발 TNT.RDX 화학물질 검출
구리 등 중금속도 자연상태의 9배 오염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한미 공군의 폭격장으로 사용되는 전북 군산시 직도사격장 토양이 중금속과 화학물질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곳 토양에서는 자연생태계에 방출될 때 독성이 강해 인간 및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돌연변이를 일으켜 미국 환경청(EPA)이 C급 발암물질로 간주하는 화약성분의 티엔티(TNT)와 작약(炸藥)성분의 알디엑스(RDX) 등의 화학물질이 다량 검출됐다.
직도는 군산항에서 63km 떨어진 곳에 있는 무인도다.
또 구리와 납 등 중금속 농도도 자연상태보다 최고 9배 이상 높았으며 다른 사격장보다 농도가 10배나 높았다.
4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직도사격장 및 주변지역 환경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직도(대직도)에서 총 20개 지점을 선택, 표층과 저층(표층 아래 20cm)의 흙을 채취해 TNT의 농도를 조사한 결과 각각 1.118-69.11ppm, 1.247-9.54ppm이 검출됐다.
이 보고서는 국방부와 군산시가 C급 발암물질로 에 의뢰한 것으로 관련 전문가 20여 명과 상지대 자연과학지원센터 및 군산대 환경·건설연구소가 참여해 2007년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직도사격장과 그 주변을 조사한 것이다.
TNT와 RDX에 대한 명확한 국내 환경기준은 없지만, 전문가들이 제시한 기준으로는 이 같은 수치는 우려할만하거나 토양환경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8년 발표된 논문(국내 소규모 군 사격장 복합오염물질의 분포 및 거동)은 TNT가 0.6ppm 이상(3등급)이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1.5ppm 이상(4등급)이면 토양환경대책을 세워야 하는 수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조사 지점에서는 TNT가 표층과 저층에서 모두 검출됐으며, 최고치인 69.11ppm은 4등급 기준치(1.5ppm)보다 무려 40배를 웃돌았다.
RDX도 두 지점에서 검출됐는데 3등급을 넘는 0.962ppm이었다.
아연과 구리, 납 등 중금속 오염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리(Cu)의 표층 각 지점의 농도는 1.99-72.62ppm으로 평균은 34.02ppm이었는데 환경운동연합이 2006년 매향리 농섬에서 조사해 발표(27.4ppm)한 것보다 20% 이상 높았다.
또 이는 현재 공군이 사용 중인 국내 A와 B 사격장의 구리 농도인 3.1ppm, 10.7ppm과 비교해도 최고 10배나 높았으며, 국내 논 토양 중 중금속 자연함유량(농업과학기술원. 2004년)으로 보고된 구리 농도 4.00-5.52ppm에 비해서도 6-9배 정도 더 오염됐다.
납(Pb)도 표층에서 3.28-110.04ppm의 분포를 보였고 평균 농도는 30.694ppm으로 논 토양 중 납의 자연함유량 4.62-5.384ppm에 비하면 역시 7배가량 높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구리와 납의 저층 농도는 각각 17.55-79.984ppm, 11.21-205.54ppm으로 표층에 비해 배 이상 검출돼 이들 중금속이 이미 땅속으로 스며든 것으로 분석됐고 수은(Hg)과 비소(As), 카드뮴(Cd), 아연(Zn) 등도 일부 지점에서 다량 검출됐다.
이와 함께 이들 중금속은 비가 내리면 토양에 존재하는 유기물질과 서로 결합해 토양을 떠나 지하수나 식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인근 토양에 대한 용출조사에서 수은과 비소를 제외한 구리와 납 등 나머지 중금속에서는 최고 13.7%까지 추출됐다
또 이들 중금속은 전반적으로 직도사격장 인근 해역의 해양생물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멋쟁이 배무래기’와 ‘홍합(담치)’에서는 국내 중금속 잔류기준(2ppm)을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국방부와 군산시 등은 이 보고서를 수개월 전 건네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직도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무인도이기 때문에 발암물질 검출은 큰 의미가 없으며, 걱정할 문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철수 군산미군기지 우리 땅찾기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어느 사격장에 사람이 살겠느냐”면서 “직도사격장 토양의 중금속 오염이 다른 사격장보다 높고 그 수치 또한 토양오염을 우려할만한 수준인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특히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까지 검출돼 복합오염이 심각한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향리 사격장이 폐쇄됐지만, 오염 정도가 심해 쓸모없는 땅이 돼버린 것처럼 언제가 직도사격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면 이 같은 오염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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