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노동자 시민이 의료의 주인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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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대립 속에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시민행진 공동선언문]

노동자 시민이 의료의 주인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온전히 보장되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공공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정부와 의사들의 대립 속에 시민들의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중증환자들이 진료를 받는 상급종합병원의 진료 기능이 대폭 축소되고 일부 의대교수들마저 집단 사직를 결의하는 등, 환자들은 매우 심각한 불안과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의 강 대 강 대립 속에 의료공백은 심각해지고 있다. 우리는 현 의료 대란을 정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러한 의료 대란의 배경에 놓인 한국 의료 위기 해결책은 경쟁적 시장의료가 아니라 계획적인 공공의료 강화에 있음을 밝힌다.

첫째, 현 의료 대란의 근본 원인은 시장 중심 의료에 있으며, 제대로 된 공공의료 강화가 필수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를 의사 수를 급격하게 늘려서 해결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한 해에 의사 2,000명 늘리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과열 경쟁 체계에 내맡겨진 현재의 의료 공급 체계를 그대로 둔 채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필수 의료’와 지역의료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 의대 정원 확대와 부족한 의사 수 증가는 필수 과제 중 하나이지만,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의료의 질 향상, 접근성, 의료비 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해외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현재의 의료 위기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시장 중심 의료체계’가 곪아 터져 드러난 문제들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책임을 등한시하고, 의료 비용을 개인 책임화하고, 과열된 경쟁으로 의사 공급을 해결하려 한 시장 의료 체계가 바로 현 위기의 핵심 원인이다. 필요에 따른 의료가 아니라 사적 이윤을 위한 의료는 지역별·소득별 건강불평등을 심화시켜 왔다. 따라서 우리는 충분한 공공병원 설립과 의료공공성 강화,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 수급의 공공화를 통해, 의료가 지역사회에 제공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한다.

둘째, 위기를 틈타 의료시장화와 영리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은 거짓말이다.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자로서 해결은커녕, ‘의료개혁’으로 포장된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한 ‘민생토론회’에서 개인 진료기록과 건강정보를 환자 동의없이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며 개인의료정보를 “다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건강 취약계층에게 더 취약할 수 있는 ‘비대면 진료’를 진료 공백의 해법으로 밀어붙이는가 하면, 긴축정책으로 기초과학 R&D재정을 대규모 삭감을 한 정부가 ‘의사 과학자’ 양성을 위해 의대 증원의 필요를 설파하고 있다.
“보건복지를 돈벌이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에게 의료의 본령이 공공성에 있다는 기본 상식이야 없겠지만, 의사와 정부의 치킨 게임 속에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묻히고, 기업 친화적 의료개혁을 하려는 정부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사 사회의 목소리만 메아리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우리는 의사를 어떻게 공공적으로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단 하나의 정책도 없이 대규모 의대 증원 안을 내놓은 정부의 성급한 행보가 예상 가능했던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유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의사들을 ‘본보기’로 삼아 법과 권력을 과시함으로써 대중을 겁주고, 정작 의료 영역에서는 기업 친화적, 자본 친화적 의료 개악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포퓰리즘에 기반한 ‘가짜 의료 개혁’만으로 돌아선 민심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다. 한국 의료 위기는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의료 시장주의자들이 망쳐놓은 환부이며, 이는 도려내는 것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셋째,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요구를 내 건 전공들의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의사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쟁이 심해지고 그에 따라 수입이 감소하며 직업의 사회적 가치가 떨어질까 우려하며 파업에 들어간다고 개별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환자 수술이 미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왜 파업을 하고 있는지 시민들을 납득시킬 최소한의 제대로 된 요구안도 없이 한사코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번 전공의 파업은 수준 이하다. 이런 행보는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특권 의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의사들의 이런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집단행동은 한국 의료 위기를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의사 몇 명을 늘리는 것이 더 합리적인가라는 얄팍한 프레임으로 몰아가는데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의사 수 부족은 분명한 사실이며 의대 증원과 의사 인력의 공공적 양성은 필수 과제다. 지금 제대로 된 의료개혁을 막고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다. 의사들의 잘못된 행동도 문제다. 의사들은 자신들만의 아집을 되뇌며 잘못된 요구로 싸울 것이 아니라, 시민, 노동자, 환자들의 지지를 받을 요구를 내놓으려 해야 한다.
의료의 주인은 의사만이 아니다. 의료는 협업이며, 병원에 종사하는 수 많은 직종의 노동자들은 지금 의사 파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의사들이 최소한의 의료 개혁적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의사 증원 반대가 아니라 정부의 기업 친화적, 자본 친화적 의료 개악에 반대하는 투쟁에 함께 해야 한다.

넷째,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병원 손실을 국민건강보험에 떠넘기는 윤석열 정부 독단적인 결정을 거부한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매월 1,882억 원을 지원하여 대형병원 손실을 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 파업으로 인한 병원 손실을 노동자 시민의 돈으로 메꾸어 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왜 우리 생활비를 쪼개 내는 건강보험 재정이 대형병원 손실을 메꾸는데 쓰여야 하는가. 국민건강보험이 보장성 강화라 아니라 대형병원 손해보험기금처럼 운영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국민건강보험 운영의 목적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며, 건강보험 가입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병원 손실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국민건강보험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건강보험에서 단 1원도 병원 손실금으로 지급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역대 최초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없고, 건보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장성을 축소하고 있는 무능한 윤석열 정부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보험재정이 대통령 호주머니에 든 쌈짓돈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강보험 재정에 손을 댄다면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직권남용을 포함한 모든 법적, 제도적 수단을 강구 해 이에 맞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오늘 우리는 정부와 의사 간 대립 속에 실종된 진정한 해법인 충분한 공공의료, 의료 민주화와 모두를 존중하는 의료 공공성 회복을 요구하며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질병에 따른 차별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지역적, 경제적으로 평등한 의료를 대안으로 요구한다.
우리의 공공의료를 요구하는 행진은 시작에 불과하다. 3월 21일 제주에서도, 향후 대구, 울산 등에서도 공공의료를 요구하는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다. 노동자 시민이 의료의 주인이다. 노동자 시민의 건강을 책임질 공공병원 확충하고 공공의사 양성하여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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